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노출 - 전면개정판 좋은 사진을 만드는 정승익의 사진 시리즈
정승익 지음 / 한빛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가끔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옛 사진을 보면서 그 당시의 기억이나 추억을 떠올리는 일이 흔히 있는 일이고 또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일 것이다. 아마도 사진 속에 담겨진 인물과 배경과 함께 잊혀졌던 혹은 소중히 간직해왔던 기억이나 당시에 품었던 생각과 고민 등을 쉽게 연상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일종의 그런 오래된 사진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움을 넘어 전율이 돋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더군다나 고작 그런 추억을 만드는 사진을 만드는 방법, 특히 좀더 잘 찍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에 더욱 특이한 경험이었다. 4~5년쯤 전에 난 중고 DSLR카메라를 구입해 혼자서 사진 찍기에 높은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나름 열심히 찍었지만 결과물이 썩 훌륭하지 않았고, 심지어 똑 같은 대상으로 사진을 찍었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칭찬은커녕 쉽사리 공감과 수긍조차 얻기 힘들었었다. 당시로서 이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었지만 이유를 잘 몰랐고, 주변 지인과 비교해서 떨어지는 퀄리티의 결과를 단순히 장비 탓으로만 돌렸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한마디로 혼자만의 심미 관에 빠져 셔터를 눌러댔었다. 당시에는 아집만 살아서, 주변에서 들려주는 진솔한 경험과 올바른 지식을 더욱 외면하려 했던 것 같았다. 그 후 차츰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흥미도 시들고 불꽃같던 사진에 대한 열정도, 결국 방 한구석 책장 속 서랍 안에 카메라와 함께 처박아 버리고 말았다.


놀라움이 시작된 건 이 책의 첫 번째 파트였다. ‘노출의 이해라는 제목 아래 카메라 조작의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사실 카메라 사용자 설명서를 친절히 해설한 걸로 볼 수도 있다. 그만큼 기본적인 내용에 충실하고, 조작법의 사례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노출의 원리와 카메라에서 빛의 노출을 활용하는 방법, 카메라의 노출 모드와 설정, 노출 모드에 따른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 조작법. 디지털 카메라의 초보자에게는 사실 이게 전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내 경험을 떠올려 보면, 사진에는 조도, 감도, 휘도, 이런 것들이 매우 중요한 기본 요소인데, 당시의 나는 싸 그리 무시한 채 사진을 찍어댔던 것이다. 수 년이 지난 후에 지금에서야 비로소 나의 잘못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머지 두 번째와 세 번째 파트에서 다루는 인물 사진과 풍경 사진은 심화 단계에 속한다. 인물 사진은 아무래도 실내에서 주로 찍기 때문에 조명관련 보조적인 장비가 수반된다. 사실 실내에서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 조명판과 조명기기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좀더 전문적인 애기 돌 사진처럼 특별한 인물 사진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풍경 사진은 야외에서 찍기 때문에 자연적인 기후 조건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물이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피사체와 거리가 근거리에 접근하거나 원거리에서 찍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거리에 적합한 렌즈가 추가로 필요해진다(사실 렌즈에 대해서만 별도의 장(chapter)을 만들어서 기술할 만큼 분량이 많은 주제이기도 하다.) 필터도 마찬가지로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역광이나 특수 효과를 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필터나 렌즈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세세히 설명하지는 않고 있지만, 초보단계에서 필요한 내용은 포함하고 있다(필요하다면 필터와 렌즈에 관한 부분은 다른 책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장 인상깊은 내용으로 꼽자면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의 구도도 중요하지만, 찍는 시점과 장소에 따른 빛의 노출 정도를 판단하고 거기에 맞은 카메라 설정을 하라는 것특히 사진의 대상을 전면의 인물이냐 아니면 후면의 배경이냐 아니면 둘 다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익숙해져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은,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 같은 저자의 사진구도에 관한 책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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