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소설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하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발표한 초기 활동 작품으로 경남의 항구 도시 통영을 무대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의 일제 강점기까지의 시기 동안 펼쳐지는 전통적인 양반 집안 김약국의 비극적인 몰락의
가족사를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의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경남의 항구 도시 통영에서 집안
대대로 약국을 운영하던 집안에서 손이 끊긴 장남인 백부의 대를 이은 조카 김성수는 김약국으로 불리며 1남
5녀를 두었지만 태어날 때부터 생겨난 이상한 소문과 저주에 가까운 편견에 휘말리게 된다. 욕심과 자존심이 높은 장녀 김용숙, 영민하고 착실한 둘째 김용빈, 미인이지만 부덕한 셋째 김용란, 인물로는 평범하지만 착실하면서도
부지런한 넷째 김용옥, 어리광도 부리지만 조숙한 귀여운 막내 김용혜.
결국 장남을 잃은 것 외에도 김약국(김성수)의
가족에게 불행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된다: 치정사건으로 인한 부모의 부재, 일제의 탄압으로 인한 재정적 타격과 사업 실패, 다섯 명의 딸들이
맞이하게 되는 기이한 사건들과 불행. 과연 일제 시대를 거치며 양반 지주에서 경제적으로 몰락해버린 김약국과
기구한 시련을 마주하게 된 다섯 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작가는 박경리 소설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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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몰락한 양반 귀족 가문을 묘사하는 작품들은 많이 있고, 특히
일제 강점기나 6.25 전쟁을 거치면서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하층민들과의 신분과 인생 역전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은 70~80년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 작품은 양반 가문의 몰락을 소재로 그리는 시대물에 속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매우 비극적인 이야기로 슬프고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통영 지방에
떠도는 전설이나 설화 등에서 모티브와 소재를 따왔다고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아름답거나 밝게 만들어 내지
않는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는 게 아닐까 싶다: 5명의 딸들에게 불행한
사건들이 닥쳤을 때 분명히 선택의 여지들이 존재했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과연 무엇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렸는지에 대해서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일찍 과부가 된 첫째 용숙이 1930년대에 자유 연애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기에는 사회적 분위기와 편견이 허용하지 않았고, 셋째 용란도 머슴의 아들과 맺어지기에는
역시 신분의 벽이라는 사회적 관습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마음아픈 부분은 넷째
김용옥의 인생이다: 아무리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운명의 여신은 비극만을 가져다 주는지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 가슴이 아팠다.

물론 맨 앞부분에 묘사된 항구 도시 통영에 대한 풍경은 낭만과 활력, 숨겨진
아기자기함이 넘치는 매력적인 모습을 마치 한편의 영상물처럼 담아내고 있지만, 잔잔하고 운치있는 도입부가
지나면 곧바로 굴곡이 심한 치정 액션 스릴러물로 장르가 변환되어 독자들을 빨아 들인다.
혹자는 이 작품을 그리스 비극에 비교하며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양태를 비교하기도 하는데, 매우 흥미롭고 일리있는 분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직접 체험한 작가의 배경을 고려하면, ‘인간’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그리스 고전과 충분히 비교될만한 깊이와 성찰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든다.
[토지]라는 작품을 안
읽어보거나 소설가 [박경리]에 대해 몰라도 이 작품을 읽는데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토지]의 전초전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경상남도 통영이란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한국 근대사 시기를 관통하는 양반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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