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5월
평점 :

*** 이 리뷰는 책콩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소설은 영어 교사 구샤미 집에서 살고 있는 얼룩이 고양이가 주인 가족과 주변 고양이를 중심으로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담아내는 인간들의 행동의 위선과 허영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07년 일본 도쿄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는 진노 구샤미는 3딸(톤코, 슨코, 멘코)을 두고
있고 얼룩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구샤미 선생에게는 뻔뻔한 사기꾼 수준의 입담가인 친구 미학자
메이테이, 구샤미의 옛 학생제자였던 과학자 미즈시마 칸게츠와 간게츠의 친구 오치 도후 등의 인물들과
이웃에 사는 흰고양이, 2현금선생의 얼룩고양이, 인력거꾼의
검둥이 고양이, 미모의 고양이 미케를 중심으로 20세기 초반의
일본 사회의 모습과 인간들의 행태들을 묘사한다: 소심하고 내향적이고 허영기있는 구샤미와 잘생긴 외모의
간게츠는 항상 거짓말쟁이 미학자 메이테이에게 놀림을 당하고 산다. 쉽지 않은 간게츠의 연애 이야기처럼
유쾌하게 흘러가지만 엉뚱한 일을 벌이면서도 서로 돕는 구샤미의 세 딸들의 귀여운 모습도 발랄하게 그려진다. 외부에서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고양이 입장에서는 늘 인간들의 심리와 행동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얼룩이 주인공이지만 자신도 고양이 세계에서 인간 못지 않게
허당한 행동을 저지르곤 한다. 과연 고양이는 단란한 가족과 우당탕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일본의 근대 소설의 선구자 나쓰메 소세키이다.
---
일본 근대 소설의 효시라고 알려진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힌다. 인간 세상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유머스럽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풍자소설
작품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20세기 초반의 일본 사회 특유의 문화나 풍습 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단서가 되는 측면도 있다: 일본의 산업화가 완성되어
군국주의 시기로 접어들게 되는 메이지 말기 시대의 일본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밀려드는 최신의
서구 문물과 여기에 맞서는 전통적인 풍습 사이의 간극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겪었던 문명화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라 익숙한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아무래도 작품 전반에 걸쳐 흐르는 우울함에 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무엇인가에 홀린 듯 가다보면 죽기 좋은 장소에 가게 되었다든지 만성적인
위장병으로 겪는 스트레스 때문에 떨어진 자신감에 대한 묘사는 해학적인 이야기들 속에 섞여 있어서 두드러지지 않지만 아무래도 작가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소설이 발표된지 100년이 넘은 지금 시점에 읽어도 전혀 낡았다는
느낌이 안들지만 소설이 만들어진 시기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영향력있고 놀라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