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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이 책은 전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자신의 인생에서 청년 시절까지의 대략
20 여년 간의 성장 과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빌 게이츠 자신의 가족의 역사부터 시작해 자신의 탄생부터 청년 시절 마이크로소프트 회사를
창업하여 시애틀로 정착하기까지의 대략 23년간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며 학창 시절의 총명하지만 버릇없던
철부지 프로그래머 수재에서 초창기 개인컴퓨터 산업 분야에서 야망이 넘치는 청년 사업가로 서서히 변모해가는 모습들을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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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당대 IT업계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사업가로 떠올리는 사례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나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를 떠올린다. 타고난 천재이거나 시대를 거스르는 역발상을 고안했기 때문에 성공은 당연하다는 평가가 들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편으로 이들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로는 소위 ‘시대’를 잘
만난 운좋은 청년 사업가 출신이라는 편견이 강하다: 개인용 컴퓨터 산업이 태동하던 1970년대 말에 PC 컴퓨터 제조 사업과 PC용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 뛰어들거나 월드와이드웹(WWW)이라는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IT 전자상거래 사업이 시작되는 1990년대
말에 뛰어든 덕분에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고 생각하는 착각 말이다.
물론 인생의 젊은 시절에 거대한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 흐름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빨리 알아채고 그
흐름에 편승하여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는 기회와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 기회를 잡은 것과 실제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여 번영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기업 경영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피를
말리는 생존 투쟁과 권력 투쟁의 결과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만화 같은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빌 게이츠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빌 게이츠는 어쩌면 자신의 가장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까지 자신과
관련된 진실을 밝힘으로써 수많은 오해를 해명하는 동시에 오해 속에 감춰진 평범한 사실을 덤덤하게 때로는 유머스럽게 때로는 문학적인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다: 굳이 고백할 필요까지 없어 보이는 사실도 이야기한다: 자신이
똑똑하다는 자각 때문에 안하무인 격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기억은 물론이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잔인할 정도로 반항했었다거나 향정신성
마약을 복용했었다는 경험, 특히 하버드 대학에서 만난 천재들 사이에서 느끼는 진정한 천재적인 재능에
대비되는 자신의 평범성에 대한 자각과 좌절의 경험까지도 꺼낸다.
개인적으로 공감하고 흥미로운 부분은 소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삶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하루를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코딩-실행-수정’ 사이클을 반복하다
잠들고 깨어나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알고리즘을 고안해내고 정확한지 검증하는 토론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 몇 가지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했다는 자신감이 지나쳐서 오만함과 거만함으로 나와버린 태도와 언행의 모습은 과거의
내 자신을 연상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사업체를 경영하고 운영하는 일은 논리 법칙이 적용되는 프로그램의 가상의 세계와는 전혀 다르게 냉혹한 약육강식
법칙이 적용되는 현실 세계의 영역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상대방과의 거래나 계약의 성사를 위해서
때로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베짱을 부려야 하는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사업 초반에 휘말릴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처할 수도 있는 상황을 사전에 염두해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묘사되고 있는데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을 다루는 중년 시절의 회고록에서 법적 분쟁 관련 사례들이 본격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추측된다.
특이한 점은 명백하게 올바른 행위를 했던 인물들은 실명을 거론했지만 잘못을 저질렀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했던 인물들은
실명 대신 단순히 직책으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부지런하고 명석하지만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수재가 좌충우돌하며 23살의 청년 사업가로 태동하기까지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은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