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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 ㅣ 역사를 알고 떠나는 세계인문기행 2
제러미 블랙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성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이 리뷰는 책콩 카페의 도움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책은 프랑스의 역사를 정치, 지리, 문화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서술한 교양역사 서적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천년이 넘는 시기를
시대별로 순차적으로 구분하면서 역사적 사건의 발생 당시의 내부와 외부의 정치적 상황과 전후 사회적 배경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총 14개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영국 엑서터대학교 역사학과 제러미 블랙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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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와 근교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처럼 호화로운 궁전들을 보면, 17세기
중반에 루이 14세가 막대한 건축 자금을 어디에서 조달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알고 보니 자금의 원천이 전쟁 배상금으로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된다.
지루한 말이지만 어떤 국가의 역사를 이해할 때 정치 권력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 전통까지 파악하는
것이 비로소 당시 사회의 양상을 이해할 수 있고 사회 전체의 모습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이야기는 기본적인 상식으로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프랑스 역사를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 상식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프랑스
역사를 이해할 때 프랑스 국민들의 풍습이나 문화를 떼어놓고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전체적인 통합적인 시각을 가지기 어렵게 만든다: 프랑스 역사를 역사와 지리, 문화적 관점을 적절히 혼합하여 서술한다는
차원에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있다.
기존의 다른 프랑스 역사책들과 달리 근대와 현대 부분의 분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만큼 고대와 중세 시대의 비중을
줄이고 핵심 사건들만을 핵심적으로 요약해서 정리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역사학자인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통사적인 시각과 해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역사의 가장 큰 흐름은
전쟁이 동인이었다는 것으로, 중세시대에 전쟁이 자주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원인을 지리적으로 분할된 영역마다
생겨난 독특한 지역적 정체성이 작용했으며, 근대에는 강대국의 입장에서 전쟁에 참가한다고 이야기한다. 봉건 군주제의 유지에는 교회의 공시적인 승인과 지지가 필수적이며 지방 영주와의 사이에서, 영주와 기사계급 사이의 충성 맹세와 고용조건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특이하다고 생각된 점은 아무래도 저자의 배경이 영국인 출신이라는 외국인의 시각에서 나오는 특징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예를 들면, 4세기때 갈리아
지역으로 이동해온 게르만족을 굳이 바바리안(야만인)이라는
용어로 묘사하고, 잉글랜드 왕과 노르망디 공작과 앙주 백작과 아키텐 영주의 사위인 헨리2세의 무덤이 영국이 아닌 프랑스에 생겼다고 해서 굳이 헨리2세의 정체성을
영국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고, 18세기 프랑스 혁명이 정치,사회,종교,문화,지역 사이의
갈등이 저변에서 작용한 것으로 지금까지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보고있고, 현재의 프랑스를
독자적 노선을 통해 미국과 유럽내 영향력을 두고 견제하는 입장이라고 보고, 특히 현재 당면한 프랑스
내부 정치의 문제는 인구 구성상 절대 다수의 민족그룹이 없는 대신에 소규모 민족과 문화 그룹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다수를 만족시키는 민주주의
정치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잦은 분쟁과 정권 교체로 이어진다고 파악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긍정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19세기 초에 등장한 나폴레옹이라는 천재군인의 영광
뒤에 가려진 무능력한 독재 통치 행위도 열거하고,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비시 정부의 영달을
향한 기회주의적 파시스트 부역행위와 이에 대한 4공화국의 처벌도 다루며, 비록 현대 프랑스의 가치가 포용 정신이라고 하지만 전혀 용납되지 않는 이민자들(동유럽, 북아프리카 출신)에
대한 본토인들이 가지는 반감을 서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적은 분량임에도 결코 단순하거나 평범하지 않고
통사적인 통찰이 돋보이는 교양 역사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