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시점으로 보는 영화감상법 - 매불쇼 영화 콤비 두 남자의 진검승부
전찬일.라이너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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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명의 영화 평론가가 영화 전반에 걸쳐 나눈 이야기들을 담은 대담집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크게 4개 부분의 테마 범주로 나누어 영화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는 감상법(영화를 보다); 영화를 분석하는 방식(영화를 분석하다); 영화의 장르 이야기(영화를 분류하다); 21세기 한국 영화와 영화 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영화를 예측하다).

저자는 영화평론가 전찬일, 라이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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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가만큼 2중적인 평가를 받는 직업은 없을 것이다. 영화 제작 관련 종사자들로부터 전혀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 기본이며 오히려 적대적인 기생충 같은 취급을 받으며, 대중적인 지명도를 얻는 것은 극강의 난이도가 높으면서도 궁극적으로 보수가 매우 낮은 말 그대로 극한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특징은 비단 영화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소위 평론가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직업이 가지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레스토랑과 음식의 맛에 대한 평가로 유명한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단은 철저한 비공개 원칙이 세워진 것에는 평가단을 대상으로 격분적으로 저질러지는 테러로부터 평가단의 생명을 구하고자 마련된 안전 장치이자 제도라는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2명의 영화 평론가는 특이한 조합으로 재미있는 관점과 논점들을 다양하게 펼쳐 보여준다: 30년 이상의 베테랑 평론가와 7년 남짓의 신진 평론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차이가 영화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 들이는 시각과 방식이 매우 다르다: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경험에서의 결코 접점이 생길 수 없는 간격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각자의 생각과 주장을 말 그대로 펼쳐 놓을 뿐, 정리하거나 통일하려 하지 않고, 다만 동의와 부동의만 할 뿐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대담이나 토론은 대화의 참여자가 하나의 주제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동등한 수준으로 양쪽 모두가 공유되고 있지 않는 경우라면, 즉 정확한 사실에 대해 서로 이해나 인지가 안된다면, 단순히 일방적 의견 개진일 뿐 더 이상의 의미는 없어진다.

심지어 두 평론가가 모두 동의하는 부분조차도 동의하지 못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우선 이들이 생각하는 영화의 본질이나,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정의나 차이가 무엇인지에 관한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라이너의 경험이나 방식이 자유롭지만 자의적이라는 점에 있다: 예를 들면, ‘영화 한 편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면 평론가 수준의 안목이 생길 수 있다라든지,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이 사회 체제와 대중들의 상호 작용이 어떤 방식에 의해 이루어져 왔는지에 대한 현실적 감각의 결여는 신파가 일제가 남긴 잔재로써 1950년대부터 영화제작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소비되어 왔다라는 식의 한국 사회의 역사적 몰이해가 단절적인 파편적 인식으로 표현된다.

특히 애니매이션 분야에서 일본 종속적힌 한국의 애니매이션 업계 상황이 일본 만화의 수준이 문학적으로 높았다는 평가는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 한국 만화 업계의 과거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베가본드는 일본 역사소설계의 베스트셀러 국민 작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작품 미야모토 무사시’(이미 수차례 영화와 만화화된 작품)을 만화로 옮긴 것으로 오히려 영화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만화계는 이현세 작가가 1990년대말에도 검열을 통해 삭제와 수정, 고발이 이루어지던 시대였는데 동일한 수준의 환경으로 한일 양국의 만화 작품의 수준을 논의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영화 평론가가 일반 대중과 비교해 영화를 어떻게 보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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