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 - 500개 기업 창업. 재벌이 되길 거부한 경영자. 일본이 선택한 시대정신
신현암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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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세기 일본 경제 근대화의 주역인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인생과 업적을 서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일생을 따라 시간 순서대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루어진 시부사와의 활동과 영향, 의미를 총 9개 단원에 걸쳐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회공헌연구실장을 지낸 신현암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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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모습을 만들어낸 가장 큰 분기점은 19세기 중반 1854년부터 대략 15 년 동안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했던 시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부 갈등과 충돌을 겪던 국내 사정과 본격적인 서구 열강의 침략 직전의 동아시아의 국제적 상황을 보면 결정적인 골든 타임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태평천국의 난으로 전국이 민란으로 들끓었던 중국, 세도정치에 의한 부패와 빈곤이 절정이었던 조선, 내부 개혁을 둘러싼 충돌을 겪는 동안 주변 인접 국가로부터의 침략과 간섭을 전혀 받지 않았던 일본의 국제적 상황에서, 서구에 대한 반응이 결국 동아시아 3국의 운명을 갈라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만으로는 근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형식적인 근대화는 중세 봉건 제도 체제를 중앙 집권 정치 제도로 바꾼다고 해서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 기술과 자본주의 경제 제도, 그리고 자본주의 활동 주체인 개인과 기업의 등장이 비로소 실질적인 근대화가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경제 근대화의 중요성이 크다.


바로 일본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도입을 이루어낸 인물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인생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농부와 상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막부타도 운동을 계획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막부 진영에 참여하게 되어 메이지 신정부에게 적대적 인물로 낙인찍히지만 서구 문명의 위력에 감화되어 일본 경제 제도 도입과 기업 설립의 기초를 닦음으로써 실질적인 일본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시부사와의 남다른 경영자적인 철학은 기존의 일본 상업의 위대한 리더들의 철학에도 부합되면서도, 정치 권력과 기업 사이의 유착관계에서도 결코 개인의 이익보다는 일본 사회 전체의 공적인 이익을 지향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청렴한 공무원의 자세는 경이롭게 느껴진다: 마치 한 인간이 2가지 모순된 태도를 동시에 가진 모습이랄까, 현실에서 찾아 보기 매우 힘든 사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국적을 떠나 한사람의 인간으로도 본받을만한 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혼탁한 국제정세 속에서 살고 있는 21세기 한국의 현실은 150년 전 개혁을 앞두고 있는 조선의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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