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입문 - 프랑스어권의 비트겐슈타인 입문 필독서
롤라 유네스 지음, 이영철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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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세기 천재 철학자로 꼽히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사상을 비트겐슈타인이 남긴 저서의 내용과 연구 자료들에 기반하여 해설한 철학 개론서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의 저서와 주제를 3가지 범주로 나누어 비트겐슈타인 개인의 생애와 함께 4개의 단원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한 순회 철학자의 여정; 논리적 원자주의의 영광과 불행: 전기 비트겐슈타인; 더 높은 것: 윤리, 신비, 미학; 후기 비트겐슈타인.

저자는 이스라엘 성 요셉 대학교 철학과 롤라 유네스 교수이고, 역자는 부산대학교 철학과 이영철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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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사상이 난해하다는 평가는 철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유명하고 지속적으로 논쟁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사상은 무엇이고 왜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를 말하자면 비트겐슈타인이 주장한 2가지 주요 내용이 발표 당시 당대의 주요 논쟁 주제의 관점을 전환시키는 효과와 서로 상충된다는 충격적이라는 점과, 자신의 주장에 대한 상세하거나 보충적인 추가 설명을 남기지 않고 함축적인 성격의 주장으로 그쳤다는 점에서 정확한 의미를 누구도 파악할 수 없었다는 점에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추구하는 방식인 비트겐슈타인이 남긴 저작물의 문구에 기반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사상의 해석법은 합리적인 접근법이며 난해한 사상을 주제 별로 정리된 요약을 제공해준다.

개인적으로는 맨 처음 부분에 나오는 비트겐슈타인의 일생 이야기가 비트겐슈타인 사상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아서 인상깊은 부분이다: 당대 최고의 영국의 철학과 교수를 다짜고짜 찾아가서 정식 학생도 아닌 상태에서 수업부터 들으며 사제지도 관계를 시작한 것이나 20대 중반에 직접 전쟁에 참여해서 생사의 한복판인 최전선의 관측병으로 복무하면서 경험한 실존적 사유에는 당시의 비주류적인 쇼펜하우어나 톨스토이의 사상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추리도 해보게 된다.



[논리철학 논고]에서 보여주는 논리주의는 흡사 동양철학의 노자와 장자 사상과 공통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놀랍기도 하다: ‘보일 수 있는 것은 말해질 수 없다’, ‘생각될 수 있는 모든 것은 표현될 수 있다는 명제는 ()를 도()라고 말하면 말해진 도()는 본래의 도()가 아니다라는 장자의 구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비록 주체라는 존재의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지만 세계를 구성하는 실재의 개체와 개체들이 벌이는 행위들의 사태는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인간이 인식하는 사실의 세계라는 인식론은 노자가 말하는 스스로 그러한 것(자연(自然))에는 인간의 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과도 부합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930년대의 세계적인 경제 대공황과 폭력적인 군국주의 분위기를 겪으면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또 한번 진화하게 된다: [철학적 탐구]에서 보여주는 언어실용주의는 논리적 당위를 실천적 삶 속에서의 규범적 형태로 치환하는 전환을 가져온다: 심지어 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논증이 꿈일 수도 있기 때문에 뜻이 없다라는 주장은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와도 역시 상통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은 과연 비트겐슈타인은 신을 부정했을까? 하는 질문인데,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차원의 문제라고 비트겐슈타인이 인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은 비트겐슈타인이 신의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사유의 흔적들이 눈에 띄어서 흥미롭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인간이 안다고 하는 인식에 대한 의구심의 원천에는 이성적 행위의 결과라는 점에서 결국 칸트철학의 맥락과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비트겐슈타인 철학과 사상을 생애와 더불어 핵심적으로 요약하여 설명해주는 비트겐슈타인 철학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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