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평점 :

이 책은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장편 추리 소설 작품으로,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백작의 시골 영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 모스크바 교외의 테네보시 인근의 마을에서 예심 판사로 재직중인 세르게이 페트로비치 지노비예프는 그 마을
근처가 영지인 귀족 백작 알렉세이 카르네예프와 깊은 친분은 없지만 교류를 해오는 관계이다. 마을의 치안판사
니콜라이 이그나티예비치의 딸 나데즈다(나덴카)와 연애중인
세르게이는 친구인 마을 의사 파벨 이바노비치 보즈네센스키와는 삼각연애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5월의
어느날 난봉꾼으로 유명한 백작을 포함하여 백작의 지인인 폴란드인 카에탄 카지미로비치 프셰호츠키와 백작 영지의 관리인 표트르 예고리치 우르베닌, 그리고 세르게이는 백작의 영지에 산책을 나가게 된다. 산책을 떠났던
백작 일행은 잠시 들렀던 백작 산림 관리인 니콜라이 예피미치 스크보르초프의 딸 올가(올렌카)를 마주치게 된다. 올가가 가진 순박한 매력에 빠진 세르게이는 올가와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러나, 병든 아버지와 가난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 수단으로 결혼을 선택한 올가는 우르베닌과 결혼하게 되지만 점점 순수함을 잃고 세속적으로 변하게 된다. 8월에 마을 사람들과 사냥을 하기로 한 날, 백작의 친구이자 처남인
폴란드인 프셰호츠키가 여동생이자 백작의 부인인 소쟈가 마을에 도착하자, 온 마을 사람들은 난봉꾼 백작의
결혼 소식에 충격에 빠져 해산하는 와중에 우르베닌의 부인 올가가 백작의 영지인 숲 속에서 살해된다.
무슨 이유로 올가를 살해한 것일까? 과연 범인의 정체는 누구일까?
저자는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이며, 번역은 최호정 번역가이다.
---
이 작품은 단편 소설과 희곡으로 잘 알려진 작가인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남긴 유일한 장편 범죄 소설로서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액자 소설 형식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으로, 신문사 편집부에 소설가 지망생 전직 예심 판사 이반 페트로비치 카믜셰프가
제출한 소설 속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느낀 특징은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대의 시골의 생활상을 묘사주고 인생에 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부패한 제정 러시아의
붕괴된 사회 구조 속에서 귀족 계급이 벌이는 농민 착취와 고급스럽지만 난잡한 사생활에 대한 묘사와 신흥 세력인 부르주아 계급과의 관계 양상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이 다루는 주제는 남녀간의 사랑과 인간이 가진 질투와 욕망의 충돌이지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계층 변화의 압력 속에서 개인이 가진 본능적인 욕망이 삶에 발현하는 양상을 그려내고 있다. 나아가, 인생에서 탐욕과 허영심 같은 욕망의 충족이라는 이상적인
목표와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 같은 현실적인 실천 방식 사이에 존재하는 좁힐 수 없는 간격 차이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라는 점이며, 대등한 인간 관계가 결국 개인의 삶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사실, 안톤 체호프가 어느 정도 인생을 경험한 30대 중반에 작성한 희곡 갈매기에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지만, 집필
당시 작가의 작성 나이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생활을 막 시작한 20대 중반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생에 관한 깊은 성찰이 놀랍다.
추리소설 장르에서 보면 구성이나 서사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지만, 안톤
체호프라는 작가가 젊은 시절 보여주는 대문호의 자질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