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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배기성 지음 / 왕의서재 / 2023년 11월
평점 :

이 책은 한국의 지난 100 여년 동안의 근현대사를 포괄적이고 전면적으로
서술한 역사서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1876년 19세기
후반부터 1980년대 제5공화국까지 100 여년 동안의 한국사를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9개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 강사 배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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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책 제목이 보여주는 대로 책 속에서 다루는 시기는 불과 140 여년밖에
안되지만 과거의 사건들이 2023년 현재에도 똑 같은 일들이 같은 장소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놀랍고 두렵게 만든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기존의 한국 역사 서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내용과 기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소위 소장역사학자나 재야사학자들이 다루거나 주장했던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1882년 임오군란과 일본 차관의 연관성, 19세기부터
시작된 세도 가문들의 만행, 해방 이후 벌어진 제주 4.3사건과
여순 사건의 배경과 진상의 이야기들은 희귀한 역사적 진실이다.
한편, 세계사 속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시대적 처지와 상황을 비교함으로써
한국사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저자만이 보여주는 거시적 관점의 통찰과 예리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영국군의 거문도 점령이 러시아와 벌인 그레이트 게임의 일환이었다는 것, 청일전쟁 이후 3국 간섭에 의해 랴오둥 반도를 빼앗기자 시작된 러일전쟁
준비에 유태인 투자자의 협조가 지대했다는 점, 1945년 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 미국이 주력했던 지역에 극동 아시아와 동남 아시아 지역이 제외되었던 것이 전쟁 발발 지역의 빌미가 되었다는 점, 미국의 실력자 제임스 하우스만 대위의 측근 사고가 남한 정부의 경찰력에 친일 경찰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 등이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선조들의 역사적 비극과 실패 속에서 잊지말아야 할 역사적 교훈도 저자가 일깨워준다는
점이다: 구한말 세도가문의 권력 독과점은 부정부패를 만들어 내며 결국은 망국의 결과를 초래한다거나 새로운
문물을 스스로 수용하지 못해 세계화의 흐름에 뒤쳐지게 되면 식민의 수탈과 종속화의 수난에 빠져 민족 전체가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에 속하는 저자의 배경을 고려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와 내용은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