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대결 -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생존과 운명을 통찰하다
인치밍 지음, 안동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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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전쟁과 대립을 통해 현재 전세계적 무역과 산업의 차원에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의 구조와 생태계의 모습을 설명하고 반도체 산업 분쟁의 미래에 대해 대만의 관점에 기반하여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첫번째 부분에서 현재의 반도체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국제적 산업 체계의 형성 과정의 역사를 서술하고 두번째 부분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과 반도체 산업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응 속에 담긴 의도와 결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궁극적으로 양국의 무역 마찰로 인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영향과 대만의 대응 전략의 고려 사항들에 대해 총 8개 단원에 걸쳐 다루고 있다.

저자는 대만의 양안기업인 서밋 사무총장인 인치밍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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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이 진행중이며 그 중에서 반도체 전쟁은 한창 진행중인 시점이다. 전세계 경제 규모 1위와 2위가 벌이는 무역 전쟁이 나머지 전세계 경제에 별다른 영향이 끼치지 않는다면 제3자의 입장에서 홀가분하게 구경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나머지 전세계가 각자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미국과 중국은 왜 분쟁을 겪고 있으며, 양측은 무엇을 원하는가? 궁극적으로 둘 사이의 무역 전쟁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미중 무역 대립이 진행되는 동안에 나머지 국가, 특히 중간의 중계 무역 위치에 속한 국가는 어떻게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가?

이 책은 대만인 저자가 대만의 입장에서 미중 사이의 대립과 무역 마찰, 특히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현재의 상황과 문제점이 무엇이며,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산업과 국가별 정책 자료에 기반하여 다루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현재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반도체 산업의 무역 전쟁은 미국이 분명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벌이는 사태라는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새로운 무역 질서의 확립과 미국의 국내 첨단 산업의 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이 접근하고 있는 첨단 산업에 대해 무역 규제를 시행할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시급한 분야로 반도체 산업과 2차 전지 산업에 대해 수출 규제를 법으로 제정해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반도체 산업처럼 첨단 산업이 단일 국가에서 모든 제조 공정을 수행하는 중앙집중 체계가 아니라 다국가에서 순차적인 단계로 분업화하여 병렬적으로 처리되는 전세계적 분산 체계라는 점에 있다: 현재 상태에서 중국이 맡은 산업 공정 부분을 배제하고, 동시에 중국이라는 시장을 배제시킴으로써 중국의 산업 발전을 저하시키려는 미국의 시도는 나머지 분업 체계에 참여한 국가들에게는 손실이 필수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만 국가의 입장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장단기 방안은 현실적인 방안이라 매우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자국 산업의 보호와 첨단 기술의 혁신, 그리고 허용되는 저사양 제품의 중국 수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저자도 지적했듯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미국이 국제 무역의 질서를 원래의 형태대로 복원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경제와 안보를 연결시키는 현재의 정치적 목적 하에서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사실, 대만이라는 주어 대신에 한국을 넣으면, 한국이 처한 상황과 대응 전략에 그대로 적용가능한 내용들이다.

전반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와 내용을 담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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