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 유목제국사 - 기원전 209~216 유목제국사
정재훈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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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헌 자료와 유물 자료에 근거해 중국의 중원 문명권에 대항하여 몽골 초원 권역에서 400년 넘게 지속되었던 흉노족의 유목제국의 역사를 서술한 역사서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첫번째 부분에서는 중국 한()족 출신 역사가 사마천의 관점에서 파악한 흉노 유목 민족에 대한 이해와 묘사를 통해 당시 한족과 흉노족 사이의 인식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흉노국가의 역사를 건국부터 해체에 이르는 400년이 넘는 시간을 4단계(건국과 발전; 대결과 위축; 고립과 반격; 분열과 해체)로 구분하여 순차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경상국립대 사학과 정재훈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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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문명과 정주 문명의 차이가 인류사의 발전에 영향을 어떻게 끼쳤을까? 가끔 역사나 인류 문명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다루는 거시적인 주제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역사적 사실로부터 알아낼 수 있는 구체적인 교훈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제가 몽골 초원지대에 기원 전후 사이에 400년 동안 존재했었던 흉노족의 유목국가의 역사 이야기이지만, 16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유효한 원리들을 깨닫게 해준다:

우선, 오늘날의 중국의 행태가 과거 2천년 전 자신의 조상들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어서 놀랍고 신기하다: 중국 자신들만이 천자의 나라이며 문명의 중심국가로서 중국 이외의 주변국가들은 문명을 모르는 야만족들이라 교화시켜야 하는 대상이며, 야만족들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무역교역과 군사적 침략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당시 중국인이 바라보는 야만족 오랑캐에 대한 인식과 묘사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역사가 사마천의 묘사와 어떻게 다른 지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소개된다.

사마천의 사기가 동아시아 역사의 이해에서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위대한 저력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두번째로 모든 국가의 흥망성쇠는 대부분 동일한 패턴이 적용되며 예외란 없다는 역사적 법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국가의 성립과 초창기 발전 단계를 거쳐 최전성기를 구가하지만 결국 내부 문제와 외부의 침략으로 인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내부 문제의 경우 차이가 눈에 뜬다: 중국의 왕조 국가는 부패와 경제 파탄이 주된 이유인데, 유목 국가 흉노는 유목문화에 기반한 분열때문이라는 점이다: 유목문화의 형제상속과 정주문화의 직계상속의 충돌이 본질인 왕위(대선우) 계승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결국은 국가의 멸망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유목국가의 특성에 관한 내용들이다:

유목생활과 유목 경제에 기반하는 유목 국가의 국력의 성장과 유지는 자연순환과 자연재해라는 태생적으로 취약점으로 인해 어렵다는 점이다.

유목민들이 주변국 경계의 정착민들을 침탈해가는 것이 일차적으로는 식량과 재화를 획득하는 수단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외교적 교섭의사 표시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만리 장성을 쌓는데도 불구하고 흉노 국가로부터 침략당하는 이유가 경계선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상대 국가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군대의 장수나 거주민들의 상대진영으로의 투항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기원전 2세기부터 주요 단계마다 당시 흉노의 활동 무대를 표시한 지도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흉노제국의 역사를 충실하게 설명하면서도 유목국가의 성격과 중국인의 주변국가에 대한 인식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역사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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