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수첩 - 맛 평론의 원류 언론인 홍승면의 백미백상
홍승면 지음 / 대부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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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의 음식 재료와 요리들에 대해 다양한 배경 지식과 함께 인문학적인 시각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3부분(채소 요리; 4계절 음식; 생선 요리)로 나누어, 각 음식 재료마다 전통적으로 만들어 먹었거나 현재 유행하고 있는 요리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비슷한 음식 문화를 가진 외국의 사례들과 비교,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1960~80년대 활동했던 언론인이자 컬럼니스트 고 홍승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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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방송이나 동영상을 통해 요리와 음식이 가진 맛이나 문화에 관해 소개하는 사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 중에는 음식이나 요리의 재료나 조리되는 과정, 탄생 배경이나 역사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생략되거나 과장 혹은 왜곡해서 오로지 맛에 대한 평가에만 집중하는 사례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중국의 음식 문화 공정 주장까지 접하게 되면, 한국 땅에서 우리가 먹는 우리 음식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음식과 관련된 문화를 고전 자료와 인문학적 비교에 기반하여 서술하고 있다:

31권의 참고문헌이 보여주듯이 고전부터 현대까지 음식 관련 출간 도서들의 내용을 인용함으로써 미처 현대 시점에서는 사라져 버렸거나 망각했었던 음식과 삶 속의 풍경들이 되살려냈다: 한국의 각 지방마다 특색있는 식재료와 음식, 식문화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만두와 냉면은 평안도 방식, 비빔밥은 진주식, 경상도식 추어탕, 대구의 육개장, 강릉의 방풍죽이 맛있다는 이야기기 대표적이다.

한편 제철 음식에 대한 소개도 인상적이다: , 여름, 가을, 겨울마다 채집되는 채소 나물이나 바다 물고기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4,5월에는 송로버섯, 가을의 감, 봄의 조개, 겨울의 명태, 가을의 병어 등은 널리 유명하다.

특히, 외국의 음식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한국 음식 고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배경을 제공해준다: 음식의 기원이 중국이나 일본처럼 외국에서 유래되었으나 한국에서만 독특하게 변형되어 발전한 경우; 외국에도 재배되는 공통적인 식재료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형태의 유일한 음식으로 발전된 경우; 유사한 의미를 가지지만 조금씩 다른 식문화를 가지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예를 들면 두부의 경우 중국의 마파두부, 한국의 순두부, 일본의 히야얏코나 유도후의 전혀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발전되었고, 유독 한국에서만 발달한 비빔요리와 약밥, 미역국, 구이김, 수정과, 냉면, 콩국수, 설렁탕, 게장, 홍어회, 매운탕 등이 있고, 새해 풍습으로 섣달 그믐날 밤에 먹은 강정과 약밥이 있고, 오리알 요리, 산초기름요리, 잉어요리처럼 같은 식재료를 가지고 유사하게 먹는 식문화도 있다.

이 책만이 가지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

우선 저자의 독특한 배경이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에 교육을 받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말 그대로 초엘리트에 속하는 인물로서 서울 토박이다. 한국의 지방이나 전통적인 음식에 대한 서술은 제 3자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하는 식재료나 음식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마치 외국인의 시각을 통해 한국의 음식에 대한 재발견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인해 저자의 글이 4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읽어도 거부감 없이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민어의 경우이다: 민어는 주로 서해에서 잡히는데 성질이 급해 80년대까지만 해도 보관 기관이 1~2일이 채 넘기지 못해서 서울에서는 항상 비싼 값에 팔려서 결코 비서민적인 생선이었는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저자의 민어값 20원 에피소드가 본래 의미보다 너무 담담히 서술된 것 같아서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고유한 식재료와 음식 요리, 식문화에 대해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재발견을 하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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