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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평점 :

이 책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시기에 작성한 일기인 난중일기를 완역한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임진왜란의 시기(1592년 1월 1일부터 1598년
11월 17일까지) 속에서
작성한 일기 형식의 글을 시간 순서대로 번역하여 서술하고 있다. 부록으로 임진왜란의 주요 해전지 지도와
대표 유적지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이순신 장군이고 번역자는 한문학자 노승석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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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전쟁 중에 작성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비록
일기의 형식을 가지지만 내용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군 내부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전쟁 기록의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이순신의 지휘 수군 군영 내부뿐만이 아니라 다른 군영과의 사이에서, 특히
육군과 행정 조정의 관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고스란히 적혀져 있다.
전쟁 문학의 백미라고 불리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와는 다르게 전투 현장에서 느껴지는 전투 지휘관의
고뇌와 충정심이 세월과 공간을 뛰어넘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개인적으로 받은 난중일기 전체에 대한 감상은 답답함과 비통함과 억울함, 울분과
같은 부정적이고 음울한 감정과 기운이다: 아무래도 일기 형식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담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자에게 까지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내용을 꼽자면 몇 가지가 있다: 원균과의 마찰과
날씨를 주로 많이 기록했는데, 원균과의 일화는 충격적이었고, 날씨는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화창하거나 상관없지만, 심지어 ‘비가
내렸다’라는 문구만 기록된 날도 많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이순신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성실성이다: 예를 들면, 부대를 이탈한 수군을 처벌하여 군의 기강을 바로잡거나 수영 내 기지를 구축하고 수리하는 작업을 지시하고 반드시
직접 방문하여 결과를 점검하고 역시 책임을 묻는 행위는 일종의 루틴처럼 기록되어 있다.
어쩌면 직업군인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자세와 의무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비정상적인 행동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임진왜란 발발하기 이전부터 조선 정부는 전쟁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음에도 이순신은 그에 동조하지 않고 좌수영을
충실히 구축하고 훈련을 실시하였고 심지어 전쟁이 발생한 이후에도 수영내 만호들을 만나서 현장 정보들을 수집하고 점검하는 모습은 오히려 현재의 군인의
모범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난중일기 내용을 유기적으로 해석하고 주석을 달아 해설까지 제공하는 훌륭한 완역본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