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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 관한 생각 -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생물학의 영장류학자가 바라보는 인간 행동의 특성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성과 사회에 대한 기존의 고정 관념의
오해와 왜곡에 대해 밝혀주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에 관한 관찰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밝혀진 행동의 특성과
습성들에 대해 13개 단원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 미국 에모리 대학의 석좌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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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대한민국에서 ‘젠더’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심각한 경우가 없었을 정도로 심각한 양상이라는 인상을 대중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된다.
젠더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인간 본성에 대해
일방적인 종교나 사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내용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중요함을 넘어 충격적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영장류와의 비교를 통해 인간 행동의 본 모습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기존의 남성과 여성에 관한 고정 관념과 오해와 왜곡들을
철저하게 깨부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인간 사회는 본래부터 남성 중심의 부계사회였다든지, 원시 시대에는 완전 평등한 사회였다든지, 트랜스젠더는 근래에 출현한
기이한 돌연변종이라든지, 젠더의 정체성은 후천적 학습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라든지,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성욕이 적고 수동적이라든지, 여성 지배 체제가
남성 지배 체제에 비해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라든지, 자녀 양육에서 어머니의 모성에 비하면 아버지의 부성은
거의 도움이 안된다든지 하는 주장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오해와 왜곡들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에 대한 성찰도 저자는 가감없이 지적한다: 심리학자, 의학자, 인류학자, 페미니스트, 심지어 동료 생물학 영장류학자까지도 비판의 대상을 피해갈
수 없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것은 다수의 사회적 저명 인사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저작들이 저자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점이다: 예를 들면, 리처드 도킨스나 스티븐 핑커의
경우, 읽을 때는 몰랐지만 저자의 지적처럼, 생물학적 지식이나
배경이 무시된 전제와 가정 하에 전개된 주장이라는 점에서 근거가 빈약한 허황된 주장이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성차별과 성불평등, 젠더 정체성 등의 문제 현상에 대해 원인을 정치와 문화적인 해결 방법에서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틀린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한 부분이다: 조선시대의 역사적 사례에서 보듯이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과 본성을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태도는 갈등의 정도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더 큰 또다른 문제를 일으킨다라는 점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와의 비교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특성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