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 - 유물의 표정을 밝히는 보존과학의 세계
신은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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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학과 보존 과학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다양한 문화 유산들의 사례를 통해 소개한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문화재와 문화 유산의 5가지 재질(금속; 토기, 도자기, 유리; 목재; 종이, 직물, 벽화; 석조)에 따라 문화재와 관련된 보존 과학의 분석과 처리 기법과 과정에 대해 다루고, 현재와 미래의 보존 과학이 당면하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현직 박물관 보존과학 종사자 신은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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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방문하면 전시된 문화 유물들을 관람하게 될 때 관심이 가는 전시 유물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게 상세하거나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유물은 그저 오래된 골동품일 뿐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쓸모 없는 물건이라고 무시해 버리기 쉽다.


최첨단 과학이 난무하는 현대의 시점에서 옛날 유물들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교훈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결국 보존과학의 힘과 영향은 역사를 보다 깊이 있고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역사를 좋아할지라도 기록에 담겨 있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다면 흥분되고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역사 기록이 적은 가야 국가들의 철기 제조 기술의 수준이 높다라는 분석 결과나 석기 시대의 주먹 돌도끼와 흑요석의 재질 분석을 통해 빙하기 이후 백두산에서 동해안을 거쳐 강원도와 한반도 남부를 거쳐 일본까지 전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설화나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들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데 과학적 분석 기법이 사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신라 시대 성덕대왕 신종의 인신공양 제작 설화는 플라스마 정량분석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나거나, 반 이상을 채울 수 없는 계영배라는 신기한 술잔이 사실은 과학적 원리(사이펀 원리)를 구현한 고도의 기술적 작품이라는 점도 밝혀낸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과학적 분석은 신라시대 고분의 유물인 기마인물형 토기가 무덤의 부장품이 아닌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주전자였다는 사실이다.


한편, 손실되거나 손상된 부분을 복원하는 작업의 의미와 목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과제들도 많이 소개된다: 전통의 가치가 무엇이고 보존의 의미가 무엇인지? 결국 어느 정도까지를 전통의 보존이라고 할 수 있을 지? 등과 같은 고민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역사적 유물을 통해 당시의 문화재 제작 기술이나 재료에 담긴 의미를 밝혀 줌으로써 역사의 또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보존과학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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