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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식물의 세계사 - 인간의 문명을 정복한 식물이야기
리처드 메이비 지음, 김영정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3월
평점 :
이 책은 잡초를 중심으로 식물과 인간이 교류하며 살아 온 문화적, 생태적, 역사적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시대와 식물 종류 별로 특히 잡초를 중심으로 인간이 시도했던 과학, 의학, 문학, 문화적
접근들의 내용들을 총 12개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영국의 자연 작가 리처드 메이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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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쳤을까?
저자의 관점에서는 시대별로 인간이 식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과학과 학문의 발전에 대한 공헌을
지적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관조적인 태도에서 권위적 중세시대의 종교적 가치 기반의 식물 판별
접근 태도를 거쳐,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시대 이후 식물에 대한 직접 관찰 중시의 근대과학적 태도를 가지게
되는 변천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잡초가 가지는 흥미로운 특성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이
보기에 식물의 서식지로 부적합해 보이는 장소가 오히려 잡초가 번성하는 서식지로 발달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악취나는 오염된 하천변, 심지어 피폭되어 황폐화된 지역에서도 잡초는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식물과 인간의 교류의 역사를 인문학적 측면에서 기술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문학 작품과 문헌 기록에서 등장하는 잡초에 대한 묘사가 주는 생생함이나 잡초로 인해 농촌과 도시의 일상
생활 패턴에 영향을 끼치고 사회적 문화에도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느껴지는 사항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영국을 주서식지로 자생하는 잡초종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며, 영국
역사와 문화를 배경 지식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는 외국의 독자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식물의 묘사 방식도 그림이나 사진이 거의 없이 텍스트 위주라서 전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서 책속에서 언급된 잡초 종류의 개수가 수백가지가 넘지만 오직 17개의
일러스트 그림만이 삽입되어 있다.
또 하나 번역서 책의 제목이다: 책 본문의 내용은 잡초에 관한 이야기, 특히 인간과의 포괄적인 범위의 문화적 접근과 방식의 시대적 변천 역사를 다룬 것이고, 특히 원서 제목이 ‘weeds’인데, 번역서는 잡초를 넘어 ‘식물의 세계사’라는 제목으로 정한 것은 명백한 부적절함 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식물, 특히, 잡초와
영국의 지리, 문화, 역사,
종교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는 독자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