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러시아의 역사 전반을 통사적으로 간략하게 요약 기술한 러시아 역사 개론서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을 보면 기원전 신석기 시대부터 현재 21세기 초반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100가지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당시 시대적 배경과 주변 국가들의 환경, 국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소들과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시민사회운동가 이무열이다.
---
지금 당장 한창 진행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소식들로 전세계인의 집중과 이목이 쏠려 있어서 전쟁 상황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와 러시아 사이의 과거 인연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한국과 러시아는 최초로 17세기 후반 만주지역에서 만나게 되며,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격동의 조선 말기 시기를 겪으며, 20세기 말의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의 외교로 인해 본격적인 국가차원의 교류가 다시 시작된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보다 근본적으로 러시아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고 러시아 본래의 모습을 우리는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러시아의 특성을 알기 위해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만큼 좋은 안내서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처럼 러시아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주요 사건들 위주로 정리한 설명은 러시아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의 서문에 실린 와다 하루키 교수의 글이라고 알려진 해제에서 말하는 러시아의 5가지 특징은 러시아 역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공감을 하게 된다:
5가지
특성이 서로 일치되지도 않고 상호보완적이지도 않지만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묘하면서도 매우 적절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자신의 후진성 인식으로 인한 선진문화의 동경이 러시아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인다: 9세기 다수의 슬라브족이 소수의 노르만
바이킹을 지배자로 받아들인 점이나 17세기에 기득권 귀족 세력의 반발에도 개혁을 추진한 표트르 대제
이야기나, 1920년대 서유럽 세계를 따라잡기 위해 소비에트 연방을 설립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다른 흥미로운 모습은 모순적인 성격이라고 생각되는 특성이다: 강력한
제국을 원하는 ‘국가주의’, ‘국가신앙’적인 측면과 러시아 민중이 추구하는 ‘자유’와 ‘해방’의 소망에서
충돌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류리크 왕조나 로마노프 왕조에서
국가 체제의 변화의 동기는 왕과 귀족 세력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시작되었으며, 기존 국가 제도 개혁의
결과가 결국 강병국가와 궁극적 농민 착취 제도인 농노제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농노제 덕분에 러시아 민중이
박탈당한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한과 욕망, 기득권 귀족들에 대한 원망은 강력한 국가를 향한 믿음에 대한
배신감으로 변질되고 나중에 결국 20세기부터 시작된 혁명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초부터 시작된 내부 개혁과 혁명의 운동: 데카브리스트, 브나로드, 20세기
초의 레닌의 노동자 혁명까지 한마디로, 혁명의 나라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러시아 문학 작가들의 작품의 등장 인물과 주제에 대해 러시아 역사를 통해서 비로소 이해가 되는 측면이
만족스러웠다:
예를 들면, 고골리의 [대장 불리바]의 남부 대평원 속의 야만스런 카자흐들이 ‘자유’를 갈구하는 모습이나,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에서 보여주는 19세기 러시아 농촌의 피폐한 모습이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묘사되는 화려한 귀족들의 모습에서 러시아의 사회, 역사적 맥락과 닿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인상깊었던 대목은 최근의 러시아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양상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아직까지 현재진행중인 소위 ‘체제전환’의 대가라고
하는 측면이다: 사회주의로부터 자본주의체제로의 ‘체제전환’의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매우 크다는 사실로부터 향후 ‘북한’에 대한 미래도 추측해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러시아 역사를 개괄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데 적합한 역사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