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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박물지 - 인문학과 미학을 넘나드는 이어령의 시선 63
이어령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3월
평점 :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사물들에 깃들어 있는 한국 문화의 유형과 무형의 유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필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63가지의 일상 사물들에 대해, 각각의 사물마다 섬세한 관찰과 동양과 서양 문화 비교의 거시적 통찰을 통해 한국 문화적 특성들을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이어령 문화평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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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항상 마주치지만 너무 가까이에 있거나 너무 자주 보기
때문에 정작 존재의 의미나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그저
사용 용도에만 집중한 나머지 태생이 어떠한 지 왜 그런 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 하지도 못하는 경우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63가지의 우리 일상 생활 속 사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왜 이렇게 생겼고, 왜 이렇게 사용할까 하는 질문은 좀처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담뱃대의
장죽 길이는 왜 길며, 한옥의 문은 정교하게 이음이 되지 않을까? 지게의
유래에는 끄는 것보다 지는 문화가 숨어 있을까?
그러나 다른 유사한 물건과 비교가 되면, 고유한 특징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다른 문화권 국가에서 발견되는 비슷한 모양을 한 물건이나 유사한 용도의 다른 물건과의
비교를 통해서라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한중일 3국에서 수저를 모두 사용한다 거나, 지붕 위에 유용식물 박을 키운다 거나 시골에 흔한 맷돌의 사용 등이 한국만의 특징을 나타낸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가 사용하는 인문학의 범위는 폭넓게 이어진다:
윷놀이가 가진 로제 카유아의 놀이 특성을, 달걀꾸러미에서 발견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정신의 해석을 접하다 보면, 식견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이 가지는 2가지 특징은 문화평론가 특유의 세밀한 관찰과 뛰어난
통찰력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 미처 숨어있는 한국 문화를 다루는 책이라는 것과 얼마 전 타계한 저자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전반적으로 평범하지만 독특한 한국 문화의 매력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