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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픽션 - 과학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이 책은 오늘날 과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연구 부정의 사례를 통해 과학 연구체계의 구조적인 원인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3부분으로 나누어서, 과학의 본질적 의미와 기능, 현재 과학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부정
연구의 사례들과 원인, 부정 연구를 방지하기 위한 개선 방안들에 대해 총 8개 단원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심리학자 스튜어트 리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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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론 보도에서 접하는 과학계에서 연구 부정에 관한 뉴스는 주로 대학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이나 횡령에 관한
것이지 과학 연구 자체의 왜곡이나 조작의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것도 2004년의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대중적으로 잠시 알려졌지만, 여전히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매우 전문적인 수법을 사용하는 부정 연구들이 거의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부조리한 현실의 모습을 정면으로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과학계의 내부고발자의 생생한
증언이자 자정을 촉구하는 양심의 목소리로 볼 수 있다:
현재 과학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부정 연구 사례들과 암묵적인 부조리들이 구체적으로 열거된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이다:
데이터 조작/왜곡, 실험 과정과 실험 결과 해석의 조작/변형, 수학적 통계의 약점을 이용한 왜곡, 과학적 사실에 대한 왜곡, 동료 검토 논문 심사 제도, 학계의 연구 업적 평가와 보상 제도, 출판 저널 업계의 카르텔 등이다.
저자가 말하는 과학계에는 물론 한국도 예외없이 해당되며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동료 검토 심사 제도 자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익명 저자 평가 체제조차도 구비되지 않은 학문 분야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문제 해결 방안과 아이디어가 원칙론적이라 심한 반발이 예상되어 실천가능성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참신하면서도 설득력이 높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저자도 언급하듯이 이런 개선이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기본적인 ‘동기
부여’와 ‘문화’가
정착되어야만 한다는 의견에 공감이 간다:
예를 들면, 오픈 사이언스 제도는 실험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와 실험 결과를 공개하는 오픈 사이언스 제도나, 실험 방법을 사전에 등록하는 사전연구등록제도는
불가역적인 성격이라는 점에서 조작의 가능성은 매우 낮추면서도 연구자로 하여금 매우 계획적이고 정직한 연구방식으로 진행하게 만드는 것으로, 마치 수도사적인 금욕적인 태도를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과학계의 불편한 진실과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합리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