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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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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역사에서 비운의 왕세자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저술한 궁중 회고록의 완역본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혜경궁 홍씨의 일생을 6개 부분(세자빈 입성기; 영조와 사도세자의 불화; 사도세자의 죽음; 풍산 홍씨 가문 이야기; 풍산 홍씨 인물들의 행적; 영조와 정조 시기 당파 정치)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풍산 홍씨 가문의 홍봉한의 여식으로 태어난 혜경궁 홍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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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관람한 영화의 소재이기도 한 18세기 조선의 왕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 사이의 비극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 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높다고 할 수 있다.


아비가 아들을 죽인 사건 자체도 엽기적 성격이지만, 사건 발생 배경의 맥락과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권력이라는 본질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출생 콤플렉스로 인한 열등감을 숨기기 위해 민첩하고 오만한 아버지 영조, 내성적이고 우직하지만 애정결핍으로 공감 능력부족인 아들 사도세자, 궁중 내 벌어지는 외척의 암투 속에서 생존적 감각에 길들여진 시어머니 선희궁 영빈 이씨와 며느리 혜경궁 헌경왕후 홍씨, 지배 세력인 노론의 견제 속에 왕권 강화를 이뤄야 하는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비천한 생모의 출신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출발한 영조의 권력 지향적인 성격은 섬세하지만 내성적인 아들 사도세자를 성격 파탄으로 내몰게 되고 유사하게 권력지향적인 세손인 정조를 만들어내게 된다.


헤경궁 홍씨가 지적한 임오화변의 근본적 원인이 사도세자에 대한 영조의 격리 유아교육의 오류는 현대의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타인과의 공감 능력의 부재 현상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혜경궁 홍씨의 관찰력과 추측은 놀라운 면이 있다.


10대에 출산을 하고 20대에 남편을 잃고 궁궐에서 나와 10세 아들과 이별하고 30대부터 권력 다툼으로 친인척이 당하는 숙청을 겪으면서 느꼈던 슬픔, 비통함, 두려움, 공포, 서운함, 억울함에 대한 감정도 충분히 전달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었을 답답함이 가장 크게 와닿는다.


사실, 시간이 흐른 후대에서 역사적인 사건들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존귀한 지위에 올랐으며 세상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기도 하지만 기존 정치 세력에 의해 주변 친족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불행을 동시에 겪은 인물을 꼽으라면, 서양의 메디치 가문의 카뜨린과 동양에서는 혜경궁 홍씨가 아닐까 싶다. 물론 카트린은 왕족이고 혜경궁 홍씨는 귀족이라 신분 자체가 다르지만 왕의 생모로서 당시 귀족 세력과 맞서야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느껴진다.


한편으로, 18세기 조선 양반 가문과 왕실에서의 생활상과 예법에 대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는 재미도 숨어 있다.


전반적으로 조선 후기 권력 다툼의 현장의 한가운데인 궁궐을 배경으로 역사의 생생한 단면을 전달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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