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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디세이 - 돈과 인간 그리고 은행의 역사, 개정판
차현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이 책은 은행의 역사를 통해 국가와 경제, 돈과 시장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돈, 은행, 인물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중세시대부터 시작된 화폐 경제 체제의 유태인 독점의 대부업으로부터 19세기에 등장하는 중앙은행에 이르기까지의 발달 과정과 함께 은행의 기능과 역할을 발전시키는데 관여한 인물들에
관해 서술한다.
저자는 은행 관련 베테랑 출신 차현진 금융 경제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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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역사가들은 경제를 모르고, 경제학자들은 정치 권력의 흐름을 모른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정치 권력 다툼의 사건들의 시간적 순서대로 열거하는 방식의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에서는
개혁과 보수 세력 간의 충돌로 모든 역사적 흐름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역사적 흐름은 대부분 시대적 맥락에서 앞뒤 시대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특히 역사적 사건의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경제적인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경제적인
요소만으로 역사적 사건들의 전개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인과관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나의 거시적인 분석적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역사와 금융 경제를 모두 다루기
때문에 중세와 근대의 역사를 파악하는데 일종의 아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십자군 전쟁이 유럽의 정치와 종교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결국 중세 시대를 끝나게 되는 데까지 어떻게 이르게 되었는지; 은행과 국가와 경제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특히 포퓰리즘적인 경제 정책이 가져오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 등을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한편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예를
들면,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가상화폐 현상의 배후에 숨어있는 오래된 화폐경제철학의 문제라든가, 한국 은행의 창설 이야기라든지, 프랑스 미시시피와 영국 남해회사
버블 사건이 모두 전환사채의 형식이면서도 결국 사업실패가 원인이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일관된 역사적 교훈이 기억에 남는다: 결정적인 시기에 잘못된
경제 정책 하나가 국가 전체를 마치 패전과 비슷한 수준의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거시적 시각에서 금융 경제와 정치의 역할과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역사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