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로드 - 유라시아의 가장 북쪽길
윤성학 지음 / K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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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유라시아 대륙의 험지들을 가로로 가로지르며 형성된 모피로드의 개척 역사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모피로드가 개발되는 시기 순서대로 지역별로 개척되는 시대적 배경과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는 16세기 중반부터 21세기 현재까지 대략 450년이 넘는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모피로드가 형성되기 위한 배경 조건들을 당시 국가적인 교역 경제와 영토 문제 관련 외교적인 관점에서도 서술하고 있다.


책의 저자는 러시아 전문가 윤성학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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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통로는 실크로드라고 알려진 2000년이 넘는 오래된 길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또 하나의 길인 모피로드는 상대적으로 젊은 통로여서 그런지 인지도가 낮게 느껴진다.


모피로드는 말 그대로 털 짐승의 가죽 모피를 상품으로 교역하기 위해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사용되던 통로로서, 러시아의 우랄 산맥을 넘어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와 캄차카반도의 페트로파블로프스키까지 연결된다

20세기 들어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 노선으로 대체되며, 현재는 내륙이 아닌 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의 개통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왜 그 동안 모피로드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역로가 여러 국가들을 통과하는 국제적인 통로가 아니라 러시아의 영토 내부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의 지적대로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궁극적인 경제적 실패가 명성을 묻히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모피로드가 저절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폭력으로 이루어진 역사였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거친 코사크 원정대와 수많은 시베리아 원주민 사이의 폭력, 폭력에 가까운 시베리아 자연 환경 혹독함 과의 싸움은 생존욕망이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큰 동기와 자극으로 작용하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모피로드의 발달 과정에서 한국과도 등장하지만 미미한 역할로 만나게 된다

19세기 중반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서 연해주 지방으로 조선인 유민이 생겨나게 되고 조선인의 좋은 이미지는 얻게 되지만 국제 정치적으로 조선의 지위는 서구 열강들의 먹잇감에 불과했다는 역사적 냉정함을 당시 외교 상황을 통해 깨닫게 된다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참석한 러, , , 조선의 외교대신들이 서로 비밀리에 만나 벌이는 외교적 협약과 거래에 대한 서술은 국제정치 판의 냉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피로드가 과거에 그저 그랬다면 앞으로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저자는 대륙의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더불어 해상의 북방항로의 연결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한국의 최고 지도자의 극동지역의 물류 교류 확대 필요성 인식을 근거로 들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북한의 개방이나 러시아의 항로 개방권 같은 변수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러시아가 청나라나 일본과 조약을 맺는 과정에 대한 묘사 부분이다

물론 영토 경계를 확정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합의하기 위해, 대화와 위협, 일대일 거래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본처럼 상대국가가 처한 현재 상황과 전략 목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정보력이나 청나라처럼 군대의 힘으로 자신의 요구를 압박하는 실력 행사 위협은 현재 외교 세계에서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특징적인 면을 그대로 나타내는 대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모피로드의 개척 역사뿐 아니라 관련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역사와 외교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07443)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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