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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연쇄살인마를 뒤쫓는 심리학도 FBI 수사관 수련생 클라리스의
활약을 담은 범죄 추리 스릴러 소설이다.
작가는 한니발 시리즈로 유명한 토마스 해리스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1983년 2월 중순 FBI 수사관 양성 교육중이던 수련생 클라리스 스탈링은 FBI 행동과학부
잭 크로포드 국장에게 발탁되어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연쇄살인범 심리 프로파일링 데이터베이스 구축 과제에 참여하게 된다. 스탈링의 임무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정신질환 범죄자 수감소에 수감중인 소시오패스 살인마 정신과의사 한니발 렉터
박사에게서 심리 조사 설문을 받아 오는 것이었다.
풋내기 FBI수사관 훈련중인 교육생 스탈링의 방문을 받은 렉터 박사는
여기에 FBI 크로포드 국장의 감춰진 의도임을 알아차리고 최근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수감환경과 정보와의 맞교환 거래의사를 밝힌다.
스탈링에 흥미를 느꼈는지 한니발은 그동안 발견된 시체에서 공통적으로 피부들이 벗겨진 탓에 범인을 ‘버팔로 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단서를 스탈링에게
알려준다: 8년전 사망한 볼티모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플루트 연주자 벤저민 라스페일에 대해 조사해보라는
것이다.
스탈링은 단서를 쫓다가 라스페일이 타던 차 안에서 라스페일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클라우스의 시신 일부분을 찾아내는
사이, 버팔로 빌의 또다른 희생자인 킴벌리 제인 엠버그의 사체가 웨스트 버지니아주 포터시 엘크 강가에서
떠오른다: 디트로이트시 실종자로 신고되었었던 엠버그의 시신을 검시하던 중 스탈링은 시신에서 곤충의 번데기를
발견하게 된다. 곤충은 날개에 해골 그림 문양이 있는 해골박각시나방이다.
시체의 발견 지점과 실종 신고 지역 사이에 상관 관계는 전혀 보이지 않고, 시신들의
피부 가죽은 왜 벗겨낸 것인가? 나방은 왜 시신 안에서 발견되는 것인가?
모든 단서들이 수수께끼투성이인 와중에 테네시주 상원 의원 루스 마틴의 딸인 캐서린 베이커 마틴이 실종된다. 실종 현장에서 발견된 등 조각이 오려져 나간 캐서린의 블라우스를 단서로
FBI는 버팔로 빌의 소행으로 판단 내리고 버팔로 빌의 신원과 행적을 뒤쫓는데 집중한다.
스탈링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거래밑천 삼아 렉터 박사로부터 버팔로 빌에 대한 단서를 캐내려고 하지만 버팔로
빌의 계획은 캐서린도 곧 죽을 운명이며 인피가죽 옷을 만들 거라는 황당한 이야기만 듣게 된다. 이들
사이의 대화 내용을 불법 녹음하여 알아낸 볼티모어 수감소장 칠턴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마틴 상원의원과의 거래를 통해 렉터 박사의 수감 장소를 테네시주로
옮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버팔로 빌 수사로부터 배제되어버린 스탈링은 FBI 훈련소로
복귀하게 된다. 버팔로 빌은 잡히지 않고 있고, 잠재적 예정
희생자인 캐서린 마틴은 그대로 남겨둔채 복귀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스탈링은 악몽에서 깨어나서는 오히려 꿈 속에 나오는 양들의 울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고요해졌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스탈링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캐서린 마틴은 FBI에 맡기고 자신에게 주어진 FBI수사관 시험 준비에 전념할 것인가? 아니면, 시험을 유급하더라도 끝까지 수사를 완결시킬 것인가?
렉터는 버팔로 빌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인피가죽옷은 무엇이고
나방은 또 무엇인가? 도대체 버팔로 빌은 무슨 짓을 왜 벌이는 것일까?
과연 캐서린 마틴은 무사히 구출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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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좀 과하게 잔인하지만 멋진 범죄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 훼손이나 절단 같은 잔혹함을 제외하면, 스릴러 소설 작품으로서는
훌륭하다: 치밀한 구성이나 긴박한 스토리 전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문장 표현 등이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 소설은 1988년작으로 발표된 지 30년도 넘은 작품이고, 이것 말고도 소위 ‘한니발 시리즈’로 영화화되기도 한 인기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발표 당시 미국에서는 소설과 영화 모두 인기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오스카상 수상작이라는 면에서 소설보다는
영화가 인기가 대단했었다. 개인적으로도 소설보다는 영화를 먼저 접한 경우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소설에서 다루는 소재가 성도착증, 게이, 연쇄살인마,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트랜스젠더와 같이 모순적 사회 구조처럼 거대한 이슈가 아닌 희귀한 심리나 정신 현상이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수용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과거 당시로서는 인지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가지 안도가 되는 것은 얼마 전에 방영된 tv 프로그램에서 실제
범죄심리학자의 연구 결과인데, 소설에도 언급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정신병리학적
이상 증세를 모두 갖춘 사람은 없다는 것이 다: 한마디로 소설 속의 범인의 행동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행위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역시 소설 속에서 압권은 물론 스탈링과 제임 검과의 대결 장면도 포함되지만, 렉터 박사의 탈출 장면과 스탈링과 렉터 박사 사이에 오간 프로파일링 대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반면에 기이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사항들도 있다: 버팔로 빌이 해골박각시나방에
꽂히게 되는 이유가 마약 환각 상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든가, 잔혹 스릴러 내용이지만 실상은 훈련생
스탈링의 성장 이야기라든가, 잭 크로포드가 스탈링을 발탁한 진짜 이유는 일종의 충격요법이지만 렉터 박사가
스탈링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는 것 등이다.
잔혹한 소설이지만 여전히 손에서 놓지 못한 채 빠져들게 되어 결국 잔혹함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구성미를 느끼게
되는 추리 스릴러 작품이다.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