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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ㅣ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평점 :

이 책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말년에 지은 후기 작품에 속하는 10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10편의 소설들은 모두 1880년대
이후 톨스토이가 기독교 교리에 기반하여 우화 성격으로 작성한 작품들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 두 노인;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 촛불; 대자; 바보 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 노동과 죽음과 질병; 세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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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과거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작품으로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 책에 실린 단편 소설들은 완전히 내 예상이나 기대를 벗어났다.
정말 동일한 사람이 쓴 작품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성격과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충격과 놀라움이 크다: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상류 사회의 화려함과 허황된
모습과 인물들을 그려냈던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로지 기독교 성서에서 말하는 교리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흡사 기독교 우화인 ‘천로역정’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특이한 점은, 인간의 원죄와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 최후의 심판처럼 기존의 기독교 우화에서 담고 있는 전통적인 기독교 사상을 설파하고 강조하기 보다는 우리의 일상적
생활 속에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이웃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봉사, 인내의 실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의 제화공 마르띤이나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의 농부 이반은, 자기 주변의 이웃과 다툼이 충돌이 생기지만, 결국 싸움을 그만 두고 서로를 용서하고 지내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 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 ‘바보 이반’의
경우 농부 이반은 악마의 군인들로부터 침탈을 당했음에도 폭력적인 저항으로 나서지 않고 평화적 무저항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한다.
‘두 노인’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불안이나 걱정, 타인과의 비교와 콤플렉스, 동정과
지원 등에 대해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왜 톨스토이는 이토록 기독교 교리의 내용뿐만 아니라 실천성을 강조한 것일까?
역자도
해제에서 밝혔듯이 아마도 19세기 말기 개혁이 요구되던 제정 러시아 사회의 혼탁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톨스토이가 이처럼 철저히 기독교 교리에 충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을 썼지만, 동방정교회로부터 파문 당하고 배척당했다는 사실은 종교의 역할과 신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한편으로 요즘처럼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받는 시기에 큰 위로와 격려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