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과 폭력 - 운명이라는 환영 우리 시대의 이슈 총서 2
아마티아 센 지음, 김지현.이상환 옮김 / 바이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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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개인이 속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실제적인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의 현상과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학문적 분야와 시각에서 다루는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정의 내리는 기존의 관점과 방식, 이로 인해 드러나는 사회적인 문제와 정체성의 본질적 요소들을 국제적, 정치, 경제, 역사적인 맥락에서 살펴본다: 9개 단원에 걸쳐 서술한다.


저자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하버드 대학의 아마르티아 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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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인류 역사상 자기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정체성의 문제는 항상 어려운 주제 중에 하나일 것이다

사람을 정의하는 속성이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한가지 속성만 가지고 판정일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유에 의해서 채택되어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나 대중들이 오직 한가지 기준에 의해서 사람들을 분류하고 판단해버리는 고정적인 방식에 대한 모순과 위험성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주된 주제이다.


저자는 단일 기준의 정체성 분류 방식이 가지는 문제점을 다양한 학문적 분야에서 사용했던 접근 방식의 사례들을 통해 지적하며, 궁극적으로는 개인과 사회가 가지는 다차원적인 정체성의 속성을 인정하고 선택할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대 경제이론의 기본 전제인 개인의 이기심이 경제 활동의 여러 동기요인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나 사회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이 제안한 문명구분과 충돌 이론의 기준으로 삼는 종교 또한 국가나 사회의 속성 전체에 대한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세계화 시대에 다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기존의 문명구분 이론이 가지는 모순과 종교라는 분류 기준이 가지는 폭력적 위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슬람종교가 가지게 되는 오해와 편견에 대한 반대 사례들이 거론된다.


그러나, 저자가 비판하는 헌팅턴의 문화 충돌 이론은 일방적인 이슬람 비난이론이 아니다

국가나 공동체에서 작동하는 정치, 경제, 문화는 서로 상호 연관 관계가 존재하며, 그 중에서 문화의 본질은 종교적인 신앙이나 가치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으로, 현재 국제 관계의 역학적 동태를 설명하는 하나의 국제정치 이론이다

이슬람 종교의 교리에 남아 있는 이교도에 대한 불포용성이 물리적인 폭력의 정당성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폭력의 내재성이 지적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문명 구분론 비판 근거로서 언급된 2가지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인도의 이슬람 국가였던 무굴 제국과 가나와 한국의 비교.


무굴제국은 지배층의 종교가 이슬람일뿐 대다수의 피지배층인 인도인들은 힌두교도라서 이슬람국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한국의 고도 경제 성장을 가나와 비교해 이야기할 때, 원동력이 된 이유를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이전에 이미 갖추어져 있었던 교육 정책과 제도 덕분이라고 하고 있다

, 일본의 식민지배 시기에 일본이 정책적으로 시행한 의무교육으로 인해 낮은 문맹률과 교육 제도가 정비되어 있었던 탓에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룬 동아시아의 피식민지배 국가를 쉽게 이해하는 전형적인 서양 제국주의적인 시각이라는 점에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전반적으로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참신한 시각을 얻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 아쉬움도 느껴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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