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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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에도 시대의 농민과 의사들의 삶을 통해 다수의 보통 일본인의 생활 모습들을 그린 역사서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일본인 이야기] 시리즈 중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농민과 의사에 관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총 5개 단원에 걸쳐 에도 시대의 사회에 대한 묘사와 함께 일본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저자는 근대 동아시아 전쟁사 전문가인 김시덕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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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으로 19세기 중후반에 일어난 메이지 유신이라는 데에는 역사학계는 물론 일반적으로도 의견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메이지 유신 이전의 일본 사회는 어떠한가?


임진왜란 이후로 농업 생산량의 증가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린 끝에 경제적 번영과 난학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메이지 유신의 근대화에 이르게 되었다는 주장이 주된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랬을까? 메이지 유신 이전의 에도 막부 시기는 당시 조선과 비교하면 어땠을까?


저자는 일본 농민의 삶과 난학의 실상을 통해 에도 시대에 관한 통설적인 고정 관념을 산산이 깨뜨린다

막부의 억압적인 지배를 받으며 사는 농민의 생활은 비참했고 이로 인해 생겨난 풍습은 괴이하기까지 했으며, 에도 시대 말기 난의학이 본격적으로 인정받기까지 일본인의 의료활동을 책임지고 실질적인 근대화의 시초를 마련한 것은 중화 의학인 한()의학이라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역사 서술을 독특한 관점으로 접근한다

일본 정치, 경제, 외교적인 측면의 통상적인 역사 기술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피지배층인 농민의 생활상, 농민과 지배 계층 사이에서 공중 보건을 책임지며 서구의 학문을 수입하고 퍼뜨리는데 공헌하는 의료인의 활동을 서술하는 것으로 실제 일본 사회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조선과 비교했을 때 일본에서 특별히 우월하게 차이가 나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비슷한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농민은 항상 수탈을 당해 보리 고개 등의 시기에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다든지, 중국 한의학 중심의 의학이 발전되고 출신 성분으로 의원에 대한 차별이 생기는 모습도 비슷하다.


한편으로 특이한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된다

노동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농민 계층의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 같지만, 지배층의 폭압적인 세금 때문에 오히려 마비키 등의 풍습으로 농촌 인구가 유지되거나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거나, 현재와 같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신 커플을 단체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에도 시대에 시행했다든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전통 중화 한의학과 서양의 난의학의 사이가 대립하는 관계라는 것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흥미 있었던 부분은 난의학의 발단이 되는 해체신서이전에 18세기 중반에 일본 자체적인 해부학 서적인 장지를 저술한 야마와키 도요의 이야기이다

본래 한의학을 공부했지만, ‘오장육부설이론에 대한 의문으로 출발한 긍금증이 인체 해부 불가라는 당시 일본 사회의 관념과 관습의 벽을 넘는 시도와 좌절을 통해 결국 직접적인 관찰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인상 깊다.


전반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일본의 에도 시대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색다른 측면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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