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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세습 -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서정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오로지 능력과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소위 ‘능력주의(meritocracy)’가 현재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포퓰리즘 정치나 경제 불평등 현상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을 미국 사례 중심으로 밝히고 저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을 담은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능력주의가 일으키는 현재 사회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와 현상, 역사적 기원과 전개, 미래 모습의 예상과 사회 개혁적 차원의 해결책을
이야기한다.
전체적으로 3개 부분(능력 충만한 엘리트의 시대; 능력주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새로운 귀족과 나머지의 사회)으로 나누어져 총 9개 단원에 걸쳐 다루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법학자 대니얼 마코비츠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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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국제 정치의 불안정한 추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극우정치
세력의 등장이 언급되고는 한다.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백인 중산층이 가지고 있던 진보정치인들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의 이상적인 국가인 미국의 백인 중산층은 어떻게 해서 기존의 민주주의가 추구했던
정치 질서와 경제 구조에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일까? 미국 사회 문제의 근원은 무엇이고, 과연 해결책은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과 관련하여 저자는 구체적인 사회 경제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추론과 설득력 높은
주장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능력주의는 혈연에 의해 세습되는 방식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적인 능력과 실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부와
특권의 성취 방식을 가리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부터
교육과 기업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미국 사회 개혁 수단에 기원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세대가 지난 현재 시점에서 능력주의 채택으로 나타난 결과는 예상과 달리 정반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개인 노력에 의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의 공정한 실현과 개방된 기회의 확장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능력주의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인 부의 혜택이 능력을 갖춘 극소수에게만 돌아가고, 경제적 중산층뿐만 아니라 엘리트
계층까지 파괴시키고 나아가 사회 전체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마디로 과거 귀족주의의
현대판 재현이라고까지 볼 수도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이런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정치 세력으로 등장하는 현상이며,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사례로 들고 있다.
영국 사회학자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용어이지만, ‘능력주의(meritocracy)’는 단순히 정치적 엘리트 지배체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회 전방위적으로 발휘되고 있는 사고 방식과 운영 체제를 포함하는 이념에 가까운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성과 제일주의가 가지는 가장 큰 모순은 참여자 전체가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며, 궁극적인 해결책을 2가지 측면에서 제시하고 있다: 교육과 직업의 개혁.
여기에는 물론 사회 구성원 전체의 양보와 협력이 요구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이해 충돌’이라는 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과 유사한 사회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해법으로 유용해 보이지만,
이미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저자가 제시한 교육관련 개혁방안과 유사하게 한국에서
‘농어촌 저소득층 자녀 선발제도’라는 형식으로 실행했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다.
미국과 한국이 정치, 사회, 문화적
환경과 조건이 다르지만, 유사한 사회 현상과 경험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개혁 운동의 대상과 내용으로 참고할만한 사례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전반적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사회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