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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역사 -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은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소위 ‘한류’로 대변되는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 역사를 따라가며 시기별로 한류가 가지는 시대적인 의미와 변천 과정을 서술한
대중 문화론의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해방 이후부터 2020년까지 약 75년 동안의 시기에 해당하는 현대적 의미의 한국 대중 문화를 다루며, 시대별로
일어났던 정부의 문화 정책과 미디어 기술의 변천 속에서 발생했던 대중 문화계의 사건들을 소개하고, 대중문화
현상을 바라보는 문화적인 관점과 산업적인 관점에서의 다양한 시각들을 담은 언론인과 문화지식인, 관련
산업 경제인, 문화 산업종사자 등의 실제 참여자들의 의견들을 총 13개의
단원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국내 언론비평전문가인 강준만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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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대로, 한류는 해외에서 한국 대중 문화를 가리키는 표현이기
때문에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모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한마디로, 영광과 상처가 동시에 공존하는 형태이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해외의 평가는 왜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라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싫어하고 폄하하는 것일까?
한류라는 현상이 해외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언제부터 반한류, 혐한류 현상이 생겨난 것일까?
이 책은 BTS 이전에 존재했었던 한류와 한류가 탄생하기까지 현대적인
한국의 대중 문화가 거쳐간 경로를 따라 시대순으로 주로 언론에 소개된 한국 대중문화의 속성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마치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외모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사람이 주변 친구들로부터 매력 있다는 평가를
듣고 나서 자신의 매력과 매력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놓고 20년 넘게 고민한 내용과 거기에 반응하여 대응한
행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압도적인 특징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
대중 문화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한 해외로부터의 반응으로부터 시작되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문화적이나
산업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얻은 성과나 부작용들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결과를 놓고 다양한 측면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국가적 대중 문화 산업 지원 정책, 한류의 컨텐츠의 내용과 한국
대중 문화 산업의 산업화 과정, 한국 대중 문화에 대한 국내외의 비평 등이 주로 소개된다.
한류가 시작된 초기 동아시아의 긍정적인 반응은 국내에서는 원초적인 2가지
담론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결국 한류 담론의 주류를 형성하게 된다:
도취에 가까운 한국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부류와 아시아적인 컨텐츠를 서양식으로 포장한 한국형 베끼기라는 부정적인 부류라는 것이다.
특히, 서양의 경제/문화적
선진국일수록 철저하게 변방인 한류에 대한 거부감과 반감이 심해 한류의 부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놀라움과
비정함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 한류의 불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대중 문화 산업에서 정비해야
할 길이 멀다는 점도 깨닫게 해준다.
지배적인 지위를 처음 겪는 입장에서 한국 대중 문화 산업 종사자들의 일부 몰상식적이고 상업적인 태도로 인해 한류의
인기에 부침을 겪지만, 위기 때마다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으로 한류는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한류 드라마에서 아이돌 K팝과 온라인 게임을 거쳐
영화와 만화에 이르기까지 한류 콘텐츠가 폭넓게 변화하게 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저자가 ‘국내의 척박한
환경에서 생겨나는 생존적 절박함’을 지적하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이 되기도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지금까지 한류의 원동력이 되는 한국 대중 문화의 특징 10가지를
정리하여 제시하는 내용도 전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지금 시점에서 한류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에 대해 말한다면, BTS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BTS가 누리는
전지구적 인기의 시작은 해외 팬들로부터 기원되었다는 점에서 의도치 않게 시작된 한류의 시작과 공통점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한류와 성격과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BTS가 추구했던 방식이 한류가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팬을 지향하여 sns를 통한 적극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소통방식의 채택하고,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긍정적인 가치관을 추구하는 대중 예술 활동 등이 결국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동/서양의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까지 성공하게 된 것이고, 궁극적으로 한류의 문화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한국 대중 문화를 평가하는 거시적인 문화론의 관점이나
대중 예술의 현장에서 바라보는 산업적 측면의 시각에 대해 다양한 견해와 함께 높은 식견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