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국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가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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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과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관계에 대해 언어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인간에게 말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 인간 사회 속에서 말이 차지하는 위치와 관계, 변천 과정을 인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고, 9개 단원에 걸쳐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언어사회학자 다나카 가쓰히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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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개인적으로 유럽 중부 국가인 룩셈부르크에 여행을 갔다가 특이하게 느낀 점들이 있었다

영어가 공용어 중에 하나로 쓰이긴 하지만 실생활에서 생각보다 널리 쓰이지는 않고, 오히려 프랑스어와 독일어가 더 많이 쓰인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룩셈부르크 법률과 행정 문서는 독일어로 작성되고, 패션이나 음식, 예술 같은 문화에 관한 내용들은 주로 프랑스어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지만, 룩셈부르크 사람들도 학교 교육으로 다국어를 배우고 능통하다는 점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룩셈부르크처럼 여러 개 언어를 구사하는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모국어가 무엇일까?


이 책에 따르면, 이런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어(母語), 모국어(母國語), 고국어(故國語)의 뜻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과연 언어와 국가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인간에게 언어가 왜 중요할까?


인간에게 직접적이며 근원적인 관련이 깊은 말보다는 부차적이고 인위적인 글이 가지는 특성 때문에, 역사적으로 말과 글이 한 국가의 소수 지배계층의 독점물이자 지배 수단으로 사용된 사례들이 소개된다.


그런 점에서, 수많은 사대부 귀족의 반대에도 굴복하지 않고 백성 한글을 만든 조선의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언어학 관점에서 언어는 민족이나 사회 같은 언어 사용자가 중요하지 국가가 필요 없다는 점으로, 2천년이 넘도록 나라 없이 지내다가 새롭게 만들어진 이스라엘 국가에서 헤브라이어의 정착 과정의 사례는 충격적이고 놀라웠다.


한편, 우리에게 익숙한 국어라는 개념이 근대국가가 탄생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권력 세력의 지배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는 점도 놀라웠다

표준어처럼 법률적으로 공식언어를 지정하는 것이 권력강화의 하나이자 지역이나 계급적 차별을 조장해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나 이런 행태가 역사적으로 동서양 모두에서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인류역사상 인간이 언어에 투영하는 오해와 편견으로 최악의 사례인 히틀러의 유대인학살 범죄를 보면, 언어에 대한 두려움과 중요성을 동시에 깨닫게 된다.


전반적으로, 인간과 사회에 끼치는 언어의 중요함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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