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의 오류 - 데이터, 증거, 이론의 구조를 파헤친 사회학 거장의 탐구 보고서
하워드 S. 베커 지음, 서정아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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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로 사회학자가 사회학 연구의 논란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연과학의 연구 수행과 비교하여 사회과학 연구 방식과 작업 방식의 개선 방향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전체 8개 단원에 걸쳐, 사회과학 분야의 3가지 연구 요소(아이디어, 데이터, 증거)와 이들 사이의 관계, 3가지 요소들을 해석하고 접근하는 2가지 전통적 연구 방식(정성적, 정량적)에 대해 소개하고, 기존의 사회과학의 연구 방식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제안한다.  

저자는 미국의 원로 사회학자 하워드 베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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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술대회라고 하는 공식적인 모임에서 학계라고 부르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를 놓고 논쟁이나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 토론이 벌어진다. 치열한 논쟁이 일어나는 광경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편이기도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모습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이 순수하게 연구와 관련하여 가지게 되는 가치관의 대립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연구와 전혀 관련 없는 부분이 개입되는 이유 때문에도 대립과 충돌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일반 조직 사회의 파벌 대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그런 공공연한 비밀 주제가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이다: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특성과 사회학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의 연구 방식이나 관행, 작업 방식에 대해 잘못되고 올바르지 못한 모습들 총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학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적 현상을 파악하고 특성을 규정하고 관찰이나 기록 데이터를 이용해 입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데이터 측정 문제, 데이터의 유효성 문제, 데이터와 아이디어의 연관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근본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고 해석할 것인가의 차이로 좁혀진다. 정도의 성질과 수치적인 값의 차이와 연역적 연구와 귀납적 연구의 차이 이기도 하다.

단순히 연구 방법론에 대한 오류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일 처리 작업 내용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런 것까지 밝혀야 하나 싶을 정도의 연구 방식의 관행이나 사례들까지도 낱낱이 공개된다: 데이터 수집, 데이터 가공, 데이터의 통계적 기법 사용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결국 비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 속에 소개되는 연구 방법론과 연구 수행 방식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비단 사회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 다른 모든 학문 분야에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깊은 공감과 씁쓸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솔직하고 건설적인 내용은 역시 원로 학자만이 공론화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라는 점에서 놀라움과 존경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연구 활동의 과정과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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