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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
진노 마사후미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은 중국과 유럽의 역사에서 일어났던 숙청 사건들을 중심으로 관련된 정치 제도와 문화, 민족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고 얻게 되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중국의 역대 왕조와 유럽의 역사 속에서 벌어진 숙청 사건들을 소개하고, 유럽과 중국과의 숙청 사례들의 비교를 통해 숙청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과 배경,
숙청이 가지는 의미와 역사적 교훈에 대해 총 4개의 단원에 걸쳐 기술한다: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 중국의 처참한 숙청사; 유럽에서 벌어진 숙청의 일상; 숙청 괴물의 탄생; 숙청이 남긴 교훈.
저자는 일본의 입시 역사 강의 전문 강사로 알려진 진노 마사후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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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숙청’이라는
단어에서 가끔 tv나 소설 속 역사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권력 투쟁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라이벌의 제거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숙청’의 결과만을 가지고
말한다면 맞는다고 할 수 있지만 ‘숙청’의 원인에는 보다
다양하고 보다 근원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 책은 지적하며 중국과 유럽의 역사의 사례들을 근거로 인류 문명사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단순히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단행된 중국의 역대 왕조 초기의 숙청 사건들과 달리, 유럽의 경우 정치적 목적 이외에도 인종 차별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숙청이 이루어졌다는 사례들을 비교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한다:
중국과 유럽의 숙청이 공통적으로, 가장 멍청한 지도자가 강력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 때 선한 목적을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왜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지에 관해서는 중국 문명과 유럽 문명이 가진 상반되는 근본적인 차이를 근거로 제시한다: 유럽 문명의 유목문화, 중국 문명의 농경 문화가 주된 유목과 농경의
혼합문화; 유럽의 기독교 가치관과 중국의 불교 가치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는 유익한 내용과 저자가 가진 위험한 가치관을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역사적 지식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역사적 교훈을 찾아내고 미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은 매우 유익한 부분이다.
그에 비해, 저자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관은 편협하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우선, 역사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며, 역사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강자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저자가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역사를 오직 ‘생존’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의 하나로써 대한다:
결국, 유럽의 열강들과 중국이라는 국가들의 역사적 사건들과 이들 국가들의 민족적 특성을
연결 지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문명사적 관점에서 많은 근거들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는 ‘생존’은
‘인류’나 ‘개인’의 차원이 아닌, 국가나 사회, 민족의
차원에서, 좀더 구체적으로는 ‘일본’에 한정 짓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한가지 황당한 점은, 러시아의
1917년 혁명에서의 ‘멘셰비키’는 특정 개인이
아닌 보통 명사로 러시아어로 ‘소수파’라는 의미인데, 저자는 마치 한 명의 특정 인물인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전문적 역사 강사 출신이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한국인 독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책이다.
***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