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삼국지의 내용을 기반으로 등장 인물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여 성공과 실패의 요인들을 살펴보는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황건적의 난과 도원결의부터 사마의의 삼국통일까지 소설 삼국지와 동일한 구성과 줄거리를 가지며 총 9개 단원에 걸쳐 주요 사건들의 줄거리와 등장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에 관한 심리학적 분석 내용들을 함께 서술하고 있다.


참고로, 저자는 참고한 소설의 판본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삼국지연의로 통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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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삼국지를 주제로 삼는 책들은 평가나 판매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 역사나 소설 삼국지에 관한 책들의 종류도 수백 가지가 넘고 다양하고 많은 수의 독자층이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갖춘 애독자 층도 많다. 한마디로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삼국지에는 정통 역사서와 역사 기반 소설의 2가지 종류의 장르가 존재하고, 2가지 장르에서 기본적으로 1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기여한 다양한 주석과 집단적 창작에 가까운 작품이자 역사서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기존의 삼국지분류와는 차별되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의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적 이론에 기반한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행동 양식을 해설한다.


사건 중심의 삼국지 연의 소설 속 세계와는 달리 인간의 심리적 차원의 해석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는 기존의 삼국지의 이야기를 색다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준다.


전통적인 주인공 인물들(유비, 관우, 장비, 조조, 원소, 손견, 손책 등)은 물론이고 분량이 작게 등장하는 인물들도 분석의 대상에 포함된다: 예를 들면, 이각, 곽사, 이유, 허소, 양흥 등이 대표적이다.


결과를 가지고 원인을 해설한 것이니 당연하겠지만, 한결같이 이들의 성격 유형을 알고 나면, 소설 속의 사건 전개 내용의 개연성이 자연스러움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가 삼국지에 관한 방대한 문헌들을 참조해서 그런지 책 속에는 비주류에 속하는 내용들도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장비의 외모나 지성미에 대한 묘사나, 녹두장수 관우의 이야기는 역사서나 삼국지연의 소설이 아닌 민간의 전승 설화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매력은, 연의 소설 속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표적인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숨겨진 매력들을 제대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역병으로 단명한 인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문무를 겸비한 장수인 태사자나, 간신무리 배들만 섬기며 일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책사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를 향한 충심을 가졌고 조조의 그 어떤 책사와도 뒤지지 않은 책략을 지니고 천수를 누린 가후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심리 검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 속에 나오는 심리학적 분석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차원에서 삼국지를 접근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삼국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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