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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라시마 노보루 지음, 김진희 옮김, 오무라 쓰구사토 사진, 최광수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월
평점 :
이 책은 인도 전통 요리인 카레를 중심으로 인도의 음식, 식사 문화와
습관 속에 담겨 있는 인도의 역사와 지리, 전통 문화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인도 역사 전문가로 알려진 가라시마 노보루 교수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인도의 전통 음식 카레와 관련된 인도 역사와 지역별 특색 음식의 변천과 발달 과정, 대표적인 전통음식들에 관한 조리법, 그리고 인도 문화의 특징 등을
전체 10개의 단원에 걸쳐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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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카레를 처음 만난 것은 어렸을 때 집에서 먹었던 때로 ‘신기함’ 외에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다 야외 캠핑을 하게 되어
카레 요리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면서부터 카레의 맛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고, 일본 카레 전문점과
인도 카레 전문점을 거치면서 점점 다른 맛의 신세계를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단순히 ‘맛’이 아닌 또
다른 의미에서 이 책은 또 하나의 거대한 신세계를 나에게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카레가 다양하고
복잡한 인도 음식 문화의 일부분에 속한다는 사실이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카레는 왜 노란색일까? 인도에서는 왜 음식을 손으로 먹을까? 채식주의자의 기원은 어디인가? 생선 카레라는 게 있을까? 오늘날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유럽 요리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향신료는 어디에서 왔을까? 등의 질문의 해답과 관련된 내용들이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 신기하고 흥미로운 사실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카레라는 음식은 인도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이지만 인도의 지역마다 음식 재료와 음식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조리법이
다르고 식사 방법이 다르다는 점, 인도의 역사와 종교적 관습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특히 인도에서 음식을 식기나 도구를 쓰지 않고 손으로 먹는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식사 예법에 따르는 행위이며, 힌두교의 종교적 배경에 기반을 둔 관습이라는 것이 가장 인상 깊다.
또한 인도의 음식이나 향신료가 이슬람 세계나 포르투갈과 유럽의 다른 문화권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들 외부 문화권의 음식들을 받아들여서 인도 음식으로 변형한 사례처럼 역사적으로 교류를 통해 음식 문화의
발달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 인도 카레가 유입되게 된 배경에는
20세기 초반 일본에서 홀대 받던 인도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 인도인이 인도 카레를 일본인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개발한 메뉴라는 사실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중간마다 소개되는 저자 개인의 인도 유학 생활 중에 겪은 인도 음식 문화의 체험과 감상도 책이 주는 딱딱함을
잠시 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인도 카레’라는
음식의 설명과 조리법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카레라고 대표되는 인도의 음식과 문화가
발달되어 온 과정을 조리법과 함께 역사와 지리, 사상적 배경 속에서 발생하게 되는 특성들을 통해 풀이함으로써
인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책이다.
카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도 음식과 인도 문화,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