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교학의 고향, 카슈미르와 간다라를 가다
권오민 지음 / CIR(씨아이알)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부파불교의 주요 산실이자 무대인 인도 서북쪽 카슈미르 지방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기행하며 고대 불교
유적의 탐사를 통해 불교 발전의 역사와 주요 사상과 논점, 불교 이론들을 발전시켰던 대승(大僧)들을 소개하는 불교기행 서적이다.
책의 저자는 국내 인도 불교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권오민 교수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북서부 인도 카슈미르 지역을 5개 구역(카슈미르, 펀잡, 탁실라, 간다라, 스와트)으로 나누어 각 구역마다 주요 도시들을 답사하며 관련된 불교 문헌과 유적, 활동
인물과 주요 불교 이론들에 대해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
한때 손오공이 나오는 소설 ‘서유기’의
모티브가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대당서역기’를 읽었던 적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당서역기’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되살아 났다. 실제로 이 책에서 ‘대당서역기’의 여행 루트를 차용하기도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은 어렵고 복잡하다. 그렇게 느끼게 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내용 구성이 정리되지 않고 혼잡하다: 북서부 인도 지방의 기행문과
지리, 부파 불교 이론의 해설, 인도 역사까지 뒤섞여 있어서
처음부터 쉽게 다가가기 힘든 면이 있다. 두 번째, 부파
불교의 이론적 내용과 해설이 비교적 쉽게 서술되어 있지만, 관련 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무엇보다, 불교 문헌 상의 내용 불일치로 인해 지리적
위치의 비정과 불교 이론의 정의에 대한 고민을 제기하는 것이 독자로 하여금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어 나타나기도 한다. 난해한 불교 이론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우선, 아직까지 우리에게 생소한 인도 서북부 지역에 대한 매력이 넘치는 여행기가 소개된다: 심지어 여행전문서인 론리 플래닛에도 나오지 않는 지리와 지역 정보를 저자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알게 된 사례도
있다. 현재 이슬람 세력들의 분쟁 지역으로 위험 지역인 파키스탄 령의 간다라 지방에서의 위험천만한 에피소드는
오싹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특히, 고대 문헌 상의 위치 묘사만을 가지고 현대 지식을 동원하여
과거 시대의 유적을 찾아가는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샤카라 성’에 관한 불교 문헌 상의 불일치로 인해, 지리적 위치 지정에 모순을 발견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시행착오 끝에 취재 탐사하여 마침내 문헌 상의 묘사와 흡사한 지점을 찾아내는 모습은 마치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나 나올법한 고고학자의 이야기처럼
흥미롭다.
부파불교의 이론적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도 버거운 게 사실이지만, 불교
발달 과정과 불교 미술, 인도 역사를 답사 여행기와 함께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