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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 2 - 왜 정치는 불평등을 악화시킬까? ㅣ 강남 좌파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1월
평점 :
이 책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 한국 정치계에 퍼지기 시작한 정치
엘리트주의 문제를 나타내는 표현인 ‘강남좌파’의 개념을 확대하여
최근의 한국 정치와 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른 사안들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정치시사 해설 서적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저자가 ‘조국
사태’나 ‘386세대 문제’와
같은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제기하는 3가지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정치학과 심리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원인들과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 방안들을 서술하고 있다: 왜 ‘1%
대 99% 사회’ 프레임은 위험한가?; 왜 정치는 중/하층의 민생을 외면하는가?; 왜 도덕적 우월감이 진보를 죽이는가?
참고로, 이 책에서는 ‘강남
좌파’와 ‘386세대’는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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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이자 정치 비평가인 강준만 교수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또 하나의 문제작이 등장했다는
느낌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3가지로 볼 수 있다: 최근의 가장 뜨거운 한국 사회의 정치적 사건인 ‘조국 사태’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을 좀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 진보 정치
세력의 문제점, 386세대의 문제점 등이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부의 양극화’
문제가 아닌 ‘계급 불평등’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며, ‘능력주의’라는 신화는 과거 고성장 시대에 가능한
현상으로 지금의 경제 양극화된 저성장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진보 측과 보수 측 진영의 레퍼토리에 대한 약점을 가리키는 지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본다.
최근에 불거진 이른바 ‘조국 사태’로
대변되는 ‘검찰 개혁’ 문제는 성격상 정치적인 사안으로, 민생 문제와는 겹치지 않고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과 개인의 문제를 진영 전체, 나아가 대통령 권력에 대한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진보진영의 구태이자 잘못이라는 저자의 지적에 충분히
공감된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주제인 ‘386세대’의 문제가 더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표현하는 ‘386세대’의 문제점은 바로 ‘위선의
내로남불’이라는 것과 나아가 386세대 이외의 다른 세대와
주장이 소통이 되지 않아 곧 ‘진보 세력의 자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더 크게 와 닿았다.
‘조국 사태’와 관련하여, 이른바 1990년대 생 ‘밀레니엄
세대’인 20대 청년 세대의 주장과 배경을 소개하고 있어서,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정치 의식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소개하는 ‘호선’이나 ‘추첨’같은 대안적 ‘대표 관료제도’는,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의 직접 민주정치 제도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2500년
전의 정치 제도를 가져다 쓰게 되는 상황이 되었나 하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게 된다.
‘위선의 가면을 벗어 버리고 소통하라’고 진보 진영에 날리는 저자의 날카로운 외침이 내 머리 속에서 역사 속 한 인물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버지를 도와 쿠데타를 일으켜 당나라를 건국하고 직접 ‘정관의 치세’를 구현한 ‘이세민’이다. ‘성공을 달성하는 것’과 ‘성공을
지켜내는 수성’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통치
전략과 방식을 다르게 구사했던 인물이다.
과거의 ‘민주화’라는 업적에
대한 자부심만 간직한 채 한국 사회에서 부도덕하고 고집불통의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리는 모습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386세대’의 씁쓸한 행태들을 보면서, 성공과 수성, 둘 다를 이룩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현재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과 정치적 현안의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