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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과 민족으로 보는 세계사 - 일본인은 조선인의 피를 얼마나 이어 받았는가
우야마 다쿠에이 지음, 전경아 옮김 / 센시오 / 2019년 10월
평점 :

이 책은 민족 단위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가와 문명의 흥망성쇠를 통해, 세계를
지역과 시대별로 나누어 세계 역사의 흐름을 서술한 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세계를 크게 5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각 구역 별로
민족이 형성했던 국가의 역사, 사회와 문화적 특성들을 총 8개
단원에 걸쳐 기술하고 있다: 동아시아; 유럽; 인도,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미국과 아프리카; 몽골인.
참고로, 저자는 민족의 개념을, 생물학적
요인으로 결정되는 인종의 개념과 법률과 제도에 의해 결정되는 국가의 개념의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에 혼합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동일한 언어, 문화, 관습을 공유하는 사회적 특징을 갖는다고 본다. 특히, 언어(말과 문자)의 공유
여부가 민족을 구분짓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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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언급한 사항이지만, 지구 상에 단일 민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유전생물학적 특성과 법률적 특성, 사회 문화적 특성이 모두 혼재된
형태를 띄는 것이 오늘날 인류의 복잡한 속성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역과 민족을 기준으로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는 것은 매우 단순하게 역사를 이해하는 접근일 수 있다: 이 책의 역사 서술에서는 정복과
굴복; 지배와 피지배; 융합과 통합; 구별과 차이 등이 역사를 움직이는 주요 동인이 되어 버린다.
인류 역사의 초기 부분을 형성하는 시기까지는, 국가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써 언어나 관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입장이 이해가 되며 동의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가 왕조의 통일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언어와 관습의 공유보다는 정치나 외교, 경제, 종교적인 요인들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 사례들이 훨씬 더 많아진다는 면에서, 저자의 주장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면, 유럽의 게르만족은 고대 로마 제국이 ‘야만인’이라 부르며 식민지배를 하던 게르마니아 지방에서 거주했었지만
재정난을 겪던 말기 로마제국 군대의 군인으로 다수 기용되면서 로마제국 국경지대에서 로마로 침략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게르만족의 이동 사건이 대표적이다(안타깝지만, 저자는 1차
게르만 이동에 대해 상세한 서술 없이 언급만 하고 있다).
또 한가지 한국 역사에서 삼국시대와 고려왕조에 대한 해석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왕건이나 이성계가 만주인 출신이라거나 고구려와 삼한이 다른 민족이라는 주장도 흥미롭게 들리지만 근거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많이 있다: 중국의 역대 왕조 중에 대부분이 한족이 아닌 이민족 출신이라든지,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민족들이 역대 왕조를 세운 까닭에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혼합되어 존재하게 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민족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든지, 몽골 제국이 영토만 광활했던
게 아니고 오직 중국에만 배타적일 뿐 문화와 종교 면에서도 포용적이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내셔날리즘을 민족주의나 국수주의가 아닌 국가주의로 해석하자는’ 저자의 제안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시각이라는
데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이 된다.
전반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민족적 개념을 기준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사례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