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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를 꿈꾸는가 - 미중일 3국의 패권전쟁 70년 ㅣ 메디치 WEA 총서 7
리처드 맥그레거 지음, 송예슬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약 70 여 년 동안의 시기에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 정치 질서를 놓고 미국, 중국, 일본 3개국에서
펼쳐진 국내 정치의 상황, 대외적 전략 목표와 외교 정책을 주요 정치 인물과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책의 저자는 호주 출신의 아시아 전문 정치분야 언론인 리처드 맥그레거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2차 대전 이후 시기별로 나누어 미,중,일 3국의 주요 정치
상황과 외교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관련된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총 5개 단원에 걸쳐, 함께 서술하고 있다: 2차 대전 후 60년대까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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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차 대전 이후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에서
펼쳐진 미국, 중국, 일본 3개국의 치열한 외교와 정치적 사건들이 각 국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 나쁜 국가인걸 알고 있으면서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중국과는 70년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교류를 시작했으나
2010년 이후 세계 GDP 규모 2위가 된 이후부터는 가장 큰 주적으로 대항하고 있는 처지이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 예전 50~60년대 공산당의 입장과는 다르게 과거사
문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과는 70년대부터 친선
교류를 해왔으나, 최근 들어 경제적/안보적 격한 대립 중에
있다.
일본은 중국과는 경제적 협력과 안보적 대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는
일방적 동맹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경제/안보적 동맹 관계에 있고, 민주화된 90년대 들어서부터 일본에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중국과는 경제적 협력, 안보적 대립 상태에 있다.
한편, 각국의 유력한 정치 인물들의 욕망과 의지가 서로 충돌하고 호응하는
양상 속에서 외교적 대응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펼쳐지는 거시적인 풍경들이 제대로 묘사되고 있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의 덩샤오핑을 일본 몰래 비밀리에 만났다는 사실을 일본이 알고 나서 다나카 총리가 미국보다 먼저 중국과 수교를 맺었던 사건이나
일본과 중국의 영토 분쟁으로 양국 사이에 전개되는 일련의 외교적 대응들은 긴장감있게 그려진다.
그 동안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실들도 소개된다: 50~60년대 중국은
일본에 대해 과거사 문제를 전혀 문제삼지 않았고 오히려 식민 전쟁을 고마워했다거나, 일본이 중국에 대해
취한 경제적 협력과 안보적 대립 관계가 이미 70년대말부터 이어져온 정책이라거나, 미국이 일본을 하나의 충실한 전략적 도구처럼 이용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구사해왔다는 점, 일본은 이미 70년대말부터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예상했었다는 점, 일본이 미국한테 배신감을 느낀 2가지
사건이나, 일본에 극우세력이 있듯이 중국은 극좌세력이 문제라는 점 등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보기에 시진핑과 아베 신조의 개인적 삶과 정치 인생이 똑같다고 보는 시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가장 놀라운 것은,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의 세력 판도를 2차 대전 이후부터 결국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기준으로 자기 의도대로 조정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개입으로 각 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국내 정치가 변화에 따라 미국의 대응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와는 무관하게 외교나 경제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 한가지, 물론 동아시아에서 미군 철수가 이루어진 다음을 가정하고
있지만, 저자가 예상하는 트럼프 시대와 이후의 동아시아의 모습이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미국의 승인 아래 핵무장을 할 것이고,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과 역사 논쟁으로 긴장감이 높고,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분쟁에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취한 상황에서, 한중일 3국이 언제라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아쉽다면,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입장이나 역할에 대한 서술 분량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오늘날의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
국가들의 국제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