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의 첫날밤에서 사무라이 할복까지
박동균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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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전통 문화와 생활 풍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핵의 구성과 형식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이나 일본 고대 문헌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의 시나리오 형식으로 임진왜란 시기의 배경에서 가상의 인물들의 대화나 사건들을 재구성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는 일반적인 것 보다는 엽기적이고 퇴폐적인 소재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혼욕에서 매춘으로; 성애와 할복; 가미카제와 엽기상흔; 세오녀와 알몸의 기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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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특한 서술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일본 특유의 통속 문화에 관해 한 편의 소설 형식을 빌려 소설 속 화자의 설명을 통해 말하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형식의 글이 가지는 장점은, 우선 객관적인 사실과 저자의 감정이 실린 직설적인 표현과 문구가 뒤섞여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일종의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데 좋을 수 있다. 솔직히 이것 외에는 좋은 점이 생각나지 않는다.

반면, 이런 형식의 글이 가져오는 단점과 악영향은 장점보다 더 크고 많다:

우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독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면, ‘혼욕이나 혼탕이 마치 남녀가 동시에 나체로 탕 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일본에서 온천이 발달되어 있긴 하지만, 일반 민가에서 온천탕을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나의 온천 물을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통용되는 풍습을 말하는 것이다. 화장실 문화도 변기의 위치를 소위 사무라이설에 기대어 설명하는 것은 다수의 설 중에 하나일 뿐 정설은 아니며, 사무라이가 칼이 부딪쳤다고 칼 싸움한다고 설명하는 것도 사무라이 계급의 기리스테고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마구잡이 식의 살육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자유로운 가상의 시나리오 형식을 취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창조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욕설과 비속어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은 거부감이 들게 만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굳이 욕설과 비속어를 남발하면서까지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정도의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면, 차라리 소설이나 수필 형식으로 쓰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안타까운 점은, 책의 전반적인 내용 자체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논픽션 형태의 서술 방식이 훨씬 적합하다는 점이다. 비록 독자 층이 성인 계층으로 한정되겠지만, 어디까지나 사실만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굳이 사실과 픽션을 섞어서 쓴 이런 종류의 책이 도움이 될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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