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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6월
평점 :
이 책은 19세기 중반 일본의 메이지 유신 전후 시기부터 시작되어
최근까지 약 150 여년 동안에 이루어진 일본의 과학과 기술의 발달의 역사를 시대 순서대로 서술하고, 정부주도로 이루어진 과학기술 발달과 산업 부흥 정책이 가져 온 결과의 명암을 조명한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역사적 시기를 기준으로 크게 메이지 유신 전후 시기, 제국
시기, 전쟁 시기, 종전 이후 시기를 중심으로 총 7개 단원으로 나누어, 각 시대 별로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일본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위해 의도하고 시행한 정부의 목표와 정책, 그리고 결과로 나타난 사회적 양상들을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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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19세기 중엽의 근대 시기부터 시작된 서양
근대 과학과 기술의 수용과 발전을 성취하기 위해,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세워진 근대적 통일 국가 정부부터
시작하여 역대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놀랍게도 19세기 후반 1870년대
일본에서 메이지 정부가 시행한 정책이 20세기 1960년대
한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거의 100년 정도의 시차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150년
동안 일본의 과학 기술 수준과 비교해 60년 동안 달성한 한국의 과학 기술 수준이 100년의 시차를 대폭 줄였다는 사실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이 된다.
저자는 일본 과학 기술의 정책이 정부와 학교, 기업, 군대의 이른바 ‘관/산/학/군’ 협동체제로 이루어져
왔고, 그 결과로 전쟁의 패전에도 불구하고 결국 환경 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부실한 처리
대응까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의 관점과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한편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 따로 있다: 일본이 서양 과학 기술 문명을 처음 접하고 수용하게 되는 부분이다.
역사적으로 임진왜란 이후, 17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약 250여년간 조선과 일본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조선 성리학을 지배 이념화하고, 양반과 사무라이 지배
계층에 대한 통치 체제가 강화되어 외부 양이 세력을 배척하는 쇄국정책을 펴게 된다.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이 벌어지던 비슷한 시기, 조선의 상황과 서양
문명과 과학 기술에 대한 대응이 비교가 안될 수가 없다: 오히려 일본보다 빠른 시기 18세기 후반에 청나라를 통해 서양 과학 기술의 문물을 접했던 조선 역대 최고의 현명한 군주의 하나인 정조조차도
과학 기술 문명의 가치와 용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직 종교와 사상적 이념과 관습에만 매몰되어 조선에 이익이 아닌 해가 되는 것으로 판단해버리고
단단한 쇄국 정책으로 강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또 한가지, 매끄러운 번역과 친절한 주석의 역할도 독자에게 읽을 맛을
느끼게 해준다.
한국과 일본의 과학 기술의 차이는 무엇이고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일본을
뛰어 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본이 우리보다 뛰어나다면, 일본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단점을 지양하면서 장점을 최대한 수용하여 체득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질문들에 대해 근본적인 해답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