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프랑스 종교 전쟁 시기의 궁중의 권력 암투를 그린 소설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이 작품은 16세기 종교 개혁 시대에서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개신교도에 대한 카톨릭 세력의 탄압 사건인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프랑스의 왕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를 그린 역사 소설이다.

샤를 9세의 어머니인 왕태후 메디치의 카트린느는, 샤를 9세의 여동생이자 자신의 딸인 마르그리트를 개신교 세력의 중심인물인 나바로 왕 앙리와 정략결혼을 시킨다. 결혼식 축하연 성축일 밤에 개신교도에 대한 카톨릭 세력들의 무자비한 학살이 프랑스 전역에서 일시에 발생하여 며칠 동안 지속된다. 사실, 이 끔찍한 학살 사건은 모두 왕태후 카트린느가 카톨릭계의 강력한 귀족 세력인 기스가문과 함께 계획했던 음모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미리 알아챈 나바로왕의 우호 세력들이 앙리에게 개신교도 백작인 르락 드 라 몰을 통해 전달하지만, 이를 막기엔 너무 늦어버린 상태였다. 향후 프랑스 왕위가 사위인 나바로왕 앙리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괘에 불안을 느낀 카트린느는 카톨릭으로 개종한 나바로 왕 앙리와 앙리의 정부 샤를로트를 없애려고 독살과 암살 음모를 꾸미지만 실패하게 되고, 멧돼지 사냥에서 샤를르 9세를 구했던 앙리와 마르그리트는 나바로 왕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둘째 아들 앙주는 폴란드 국왕 자리와 병약한 형 샤를르 9세의 뒤를 이을 프랑스 왕위의 자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고, 이것은 또다른 프랑스 왕위 계승 후보자인 동생 알라송에게도 해당되는 상황이었다. 카트린느가 세운 또다른 독살 음모에 나바로 왕 앙리 대신에 엉뚱하게도 샤를 9세가 쓰러지면서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과연 나바로 왕 앙리는 무사히 목숨과 나바로 왕국을 보존할 수 있을까? 개신교도에서 카톨릭으로 개종하고 앙리의 충신이자 마르그리트를 연모하는 라 몰 백작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소설의 작가는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대(大) 뒤마’로 알려진 알렉상드르 뒤마 페레(pere)의 작품으로, 16세기 후반에 발생한 프랑스 종교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동명 소설이 영화화되었기 때문에 더욱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16세기 후반 당시의 시대상과 종교전쟁에서 저질러졌던 잔인하고 끔찍한 학살의 모습들과 귀족들의 삶과 관습들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고, 또한 루브르 궁전의 실내의 비밀 통로 구조가 생생하게 묘사된 점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요소로 생각된다.

이 소설의 특징은 역사물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장르가 뒤섞여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어린 아들을 대신하여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권력을 행사했던 왕태후 카트린느가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차기 왕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음모를 꾸미는 모습은 미스터리물의 성격을 드러낸다.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부부와 남녀의 은밀한 애정 관계를 묘사하는 부분도 녹아 들어 있고 한편 가벼운 유머에 가까운 장면도 등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깝게 느꼈던 점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해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카트린느의 자식들에 대한 가계도와 16세기 후반의 프랑스와 나바로 왕국의 위치를 나타내는 대략적인 지도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독자를 전혀 배려하지 못한 전형적인 출판사의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프랑스 역사에 관심과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큰 지장 없이 소설을 즐길 수 있겠지만, 프랑스 역사적 배경의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석이나 설명이 없는 소설을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무리라고 본다.

한마디로 번역까지 다 끝내놓고 마지막 마무리가 덜되어 전체적으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격이어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