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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ㅣ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시즈카 시리즈 5편을
묶은 단편 소설집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주인공인 전직 고등재판관 출신 고엔지 시즈카와 법대생 손녀
딸 다키자와 마도카, 동경 경시청 수사1과의 말단 순사부장
가쓰라기 기미히코를 중심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활약상이 5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소개된다: 조직폭력단과 연루된 동료 경찰의 살인 사건; 경제적 이유로 변질된
가족관계 속에서 발생한 할머니 살인 사건;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밀실 살인사건; 일본에서 차별 받는 브라질 노동자의 살인사건; 남미 독재국가의 원수의
호텔 밀실 살인 사건 등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5편의 독립된 에피소드가 전혀 다른 주제와
환경과 상황에 따라 펼쳐지지만, 하나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것은 마지막 에피소드 부분에서 설명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는, 일본
특유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역자도 지적했듯이, 시즈카 할머니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을 떠올리게 만든다(사실, 미스 마플에게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인물이라고 하니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둘 사이의 공통적인
면은 앉아서도 모든 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예리한 분석력과 명석한 판단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차이가 나는 점은, 아무래도 법조인 출신 배경인 시즈카 할머니가
좀더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격이라면, 간호사 출신 배경인 미스 마플이 좀더 감성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른바 ‘와타세 경감’ 시리즈로 유명한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이며, 이번
작품에서도 법과 정의에 관한 본질적인 의미와 실제 사회적 가치 사이의 간격과 모순에 의해 생기는 일본 사회적 사건과 현상들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며
근원적인 원인들에게로 접근해 들어간다: 공적인 권력의 부적절한 행사로 인해 생긴 개인적인 원통함과 분함을
어떻게 책임지고, 보상하고, 예방할 수 있을까; 인간의 주관적 감정을 배제한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 안에서 실제로 일을 실행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며, 인간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모순적 현실의 문제; 개인이
가지게 되는 조직과 권력, 그리고 공정함 사이에서 비롯되는 갈등; 일본인의
친절함 속에 감춰진 외국인 노동자에게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이중적 태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독특한 시각은 같은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 계열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등과도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통 미스터리 추리 소설 장르에 속하지는 않지만, 보편적 사회 문제에, 특히 법과 정의, 윤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파헤치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스타일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다음 시즈카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