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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의 경제학
달라이 라마 외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9년 4월
평점 :
이 책은 전통적인 경쟁 위주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사회친화적이고 이타적인 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여러 학문적 이론과 종교와 심리 연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경제 정책과 교육에 필요한 요소들에 관한 주장을 담은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이타적 행동에 관한 심리학과 뇌과학적 연구 내용; 공감과 자비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타적 경제 행위가 가지는 불교 교리적 의미와 경제학적인 의미; 실질적인 이타적 경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대안적인 경제 체제와 관련된 정책과 교육 내용 등이다.
이 책은 매우 실험적이고 혁명적인 발상을 다룬 책이다: 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그대로 인정하고 최대한 보장하자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맞서서, 불교 교리나 심리학적인 요인을
활용하여 타인을 돕는 데서 오는 행복과 쾌락을 선순환 경제와 협동적 사회 제도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은 참신하고 이상적인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한편으로, 책을 읽는 내내 마음 속으로 걸리는 의구심과 답답함이 생기는
것도 숨길 수가 없었다: 우선,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요구되는
부분은 비현실적인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종교적이나 심리적 요인이 공감이나 자비심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본능과 욕망이 과도한 경우에 대한 처리 문제라든지, 이타심을 기르기 위해 개인적으로 ‘자기 수양’을 해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든지, 교육으로도 해소될 수 없는 잘못된 사회적 관행이나 관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이다.
이타적 징벌을 가한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결국은
처벌 시행을 둘러싼 또 하나의 권력 다툼의 장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여지가 존재한다.
종교인들도 힘든 것이 ‘자기 수양’인데, 일반인의 경우 적절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운 점이다.
아무리 교육과 훈련을 시킨다고 하더라도, 이타적인 가치관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서도 심오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결국은 저자의 말마따나, 사람 마음먹은 대로 하기 나름일 텐데, 자기 내면적으로든 외부에 의해서든, 이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상적이고 참신한 경제 체제와 사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