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재구성 - 새로운 정치를 위한 자유공화주의 선언
박형준.권기돈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서양의 보수주의 이념과 자유주의 사상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보수 진영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대한민국 보수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비전을 담은 사상적 원칙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합리적 보수 인사로 유명한 박형준 교수와 권기돈 박사가 참여했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3개 부분으로 나누어, 보수주의의 철학과 사상을 한국 보수주의의 역사와 함께 소개하고, 자유 공화주의의 사상적 배경을 기술하며, 저자가 생각하는 자유 공화주의에 기반한 합리적 보수주의의 원칙 강령들을 제안한다.

이 책의 구성과 주제는 명확하다: 한국 보수주의 역사와 사상적 배경이 되는 이론들을 살펴보고 자유 공화주의적인 입장에서 한국 보수주의 정치적 강령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서양 보수주의의 사상적 기원은 자유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고, 역사와 철학적 측면에서의 전개와 변천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다만, 다소 논란의 소지가 될만한 부분들도 눈에 띈다: 저자가 보여주는 한국 보수정치의 역사와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다.

-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보수주의 진영의 정당 역사에 관한 내용에서 부정적인 측면은 너무 간략하게 기술하고 긍정적인 측면만을 서술한 것은 객관적이지 못한 소극적인 왜곡이라고 볼 수 있다: 공화주의와 민주주의 이념을 기본 정치 사상으로 삼은 것은 비단 1948년 남한정부의 제헌헌법만이 아니라 1919년 상해 임시정부의 헌법 강령에도 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라든지, 50년대 일제 부역자 중심의 자유당과 70년대 유신정치의 잔존 세력인 민주공화당과 80년대 군사독재의 잔존 세력인 민주정의당의 연합체가 대한민국 보수의 본류라는 사실은 생략한 것이라든지, 70년대 박정희 정권과 80년대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무자비한 개인 인권 탄압과 노동 근로 개선 운동에 대한 폭력적 억압 정치의 실상은 단 한 줄도 거론되지 않는다.

-      책에서 언급되는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저자의 이해가 너무 피상적인 수준이라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 칸트가 말하는 자유는 신이 아닌 인간 본성에 이성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윤리와 의무가 발현되어야 자유가 생긴다는 철학 사상으로, 종교와 철학적 차원에서 정치 이념으로 확대시키는 것은 간격이 크다는 점, 존 스튜어트 밀이나 장 자크 루소의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말하는 개인의 자유는 합리적 이성을 갖추고 있고 상식에 맞고 준법의 행동을 하는 이른바 자격이 있는(qualified) 시민의 자유를 말하며 범법 행위를 저지른 시민에 대한 사회적 처벌 개념까지도 시민의 자유 개념에 포함된다는 점을 거론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      대안으로 제시한 보수주의 정치 원칙의 교육 부분에서도 교육/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내용이 포괄적이지 못한 점도 아쉽다: 2017년 기준 대학 진학율이 70%가 넘는 현실에서 중/고교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는 것은 저자의 대한민국 교육 분야의 문제 인식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신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신규 업무 교육에 2년이 소요된다라는 고용자 측의 요구불만족과 실력미달의 대학신입생의 학력에 불만을 느낀다는 대학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궁극적인 대한민국 교육 부실의 최정점에 대학 교육이 있음은 다수의 전문가가 지적하여 이미 대학 교육의 개혁 문제는 20년 전부터 거론되어 온 사안이기도 하지만, 역시 전혀 언급이 없다. 60~70년대 박정희 독재정권을 제외한 역대 모든 보수우파 정권이 사회적으로 만든 과학 기술의 냉대 풍조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아쉽게 느껴진다.

현재 시점의 한국에서 소위 가장 합리적인 보수 진영의 인사로 알려진 인물이 책의 저자라는 점에서 화제성을 띄고 있는 책이다.

한국 보수주의의 역사를 소개하고 현재의 모습을 비판하면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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