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필리프 J. 뒤부아 외 지음, 맹슬기 옮김 / 다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새들의 생태적 습성을 인간의 삶과 사유의 기준으로 비교하여 나타나는 차이점을 통해 인간의 상식과 믿음이 가진 오해와 오류를 드러내고 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이 가지는 의미를 서술한 수필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조류학자인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의 새에 관한 관찰을 통해 발견한 생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인간 기준이 아닌 새들의 생태적 관점에서 비교하고, 인간의 사회문화적 제도와 관습이 자연의 질서 속에서 우월하다는 오해를 비판하고 있다: 22개의 조류의 생태학적 관찰과 특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2가지로 압축된다: 스스로 생물계에서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결국에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그저 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동물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인간의 오만함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자연 생태계 질서의 파괴와 훼손을 야기하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이다.

인간이 구축한 사회 문화나 제도적 관습 중에서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새나 다른 생물에게서도 발견되는 본능적 속성과 동일한 능력일 뿐이며, 다만 각 생물 종이 가진 최대한의 능력을 사용하여 전혀 다르게 발휘된 모습이라는 것은 흥미를 넘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면, 인간 남녀 사이의 연애와 결혼에서 나타나는 외모 중시와 배우자 선택 과정이, 조류의 세계에서 수컷의 미모와 수수한 암컷의 특징과 비교해 양상은 다르지만 동일한 생물적 생존 본능에서 발현된 것이라든지, 인간의 권력 투쟁이나 우두머리 수컷을 차지하기 위한 조류의 치열한 다툼의 유사성이라든지, 인간의 사춘기의 원인이 조류나 생물이 가진 본능을 거스르려는 인간 사회 문명과 제도에 있다는 점등이다.

한편으로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새들의 습성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도 많이 나열된다: 감탄을 넘어 신비로운 큰되부리도요새의 장거리 비행 능력, 새의 지저귐에 나타나는 지역적인 억양의 특성은 조류 사회 조직의 협력적 수단이라는 것, 조류 세계에서 나타나는 일부일처제와 다부다처제의 형태는 쾌락적인 것이 아닌 종족의 최대 번식을 위한 생존 전략의 한 형태라는 것, 뻐꾸기의 기생번식이나 도둑갈매기의 먹이탈취는 인간의 선악윤리로는 따질 수 없는 자연의 생존법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행태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인간이 만들고 이룩한 사회 문화적 제도와 사상이 궁극적으로 거대한 자연적 질서 안에 포함되어 있는 작은 부분적 질서라는 점을 알려줌으로써 겸손함을 깨우쳐 주고, 오히려 이런 사실을 부정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위협하는 인간 문명의 위험성을 지적함으로써 오만함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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