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역사 - 지혜란 무엇인가? 지혜로운 이는 어떤 사람인가?
트레버 커노 지음, 정연우 옮김 / 한문화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인류와 함께 한 지혜의 역사를 통해, 인류 문화의 여러 분야에 걸쳐 지혜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던 지혜의 의미와 모습을 종합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지혜가 인류의 역사 속에서 드러났던 다양한 형태의 모습들을 문화적인 장르로 구분하여 지혜와 관련된 인물이나 문화적인 소재들을 총 9개 단원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신과 종교; 신화와 전설; 역사; 문학; 점술; 철학; 신비주의와 마법; 속담; 현대 사회.

부록으로 지혜와 관련된 동서양의 격언과 속담들이 실려 있고, 각 단원마다 추가로 읽을 만한 서적들을 소개한다.

-      우선, ‘지혜에 관한 통일된 정의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저자는 나름대로의 관점을 사용하여 다양한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지혜는 지혜로운 사람에게서 발현되고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      대부분의 사회와 문화에서 종교와 신앙에는 지혜와 관련된 사실을 살펴본다: 힌두교(사라스바티, 가네샤), 불교(문수보살), 조로아스터교(아후라 마즈다), 기독교(잠언), 고대 이집트의 토트와 이시스 신앙, 고대 그리스의 아폴로, 메티스, 아테나 신앙 등을 통해 지혜가 종교와 문화를 창조하고 전파한 모습이 소개된다.

-      다양한 문화권에 존재하는 지혜와 관련된 신화와 전설을 소개하고, 신화 속에 등장하는 지혜를 지닌 문화영웅과 이에 맞서 문제를 일으키는 트릭스터의 이야기 구조로 파악한다: 사회 문화 측면에서 보면, 관습과 전통의 수용을 둘러싼 태도로 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문화인류학적인 내용으로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동서양의 지혜로운 인물들의 활약상을 소개하여 이들의 역할로부터 사회에 공헌하는 3가지 유형(영성, 학문, 정치)으로 분류한다: 지혜로운 자들이 대우받는 환경이 시기와 사회문화적 조건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지혜문학이라는 장르에 속하는 다양한 문학작품들이 소개된다: 우파니샤드, 반야경, 성경(잠언, 욥기, 전도서), 우화, 동화, 비유담. ‘책 자체가 인간을 현명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한 저자의 깨우침은 매우 날카롭게 와 닿는다.

-      여러 시대와 사회문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 중에 하나로 점술을 저자는 지혜와 관련 지어 해석한다: 다양한 형태의 점술(손금보기, 점성술, 여러 신탁(주사위, 알파벳, ), [역경], 전조, 책점, 카드점 등)이 미래에 대한 예측과 현실적 결정을 위한 조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결국, 이것은 모두, 인간이 가진 미래에 대한 불안의 해소 욕구와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      철학적인 면에서 나타난 지혜의 양상을 크게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서양의 경우, 고대 그리스의 철학의 기원이 자연을 움직이는 원칙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여, 소크라테스 이후 다양한 학파가 생겨나게 된다. 이슬람에서는 기독교의 이성 전통에 신비주의적 체험을 결합한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동양 철학에서는 유가, 묵가, 도가 사상의 예를 들고 있다.

-      신비주의는 대중적으로 보편적이기보다는 일부 소수의 특별한 형태로 존속해왔다: 마법이나 연금술, 종교의 이단적 신비주의(수피즘, 요가, 카발라, 영지주의). 마법은 사회적으로 종교적 신비주의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다르지만, ‘기적이라는 형태를 중요시한다는 공통 요소가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      속담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달한다는 목적에서 교훈문학이나 우화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받지만, 나름대로 가진 특징을 저자는 소개한다: 짧은 문장, 훌륭한 식견, 세련된 표현. 속담이나 조언 형태로는 관점이나 가치관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통일되고 체계적인 철학 사상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      최근에 나타나는 지혜와 관련된 논의들도 소개된다: 1960년대 시작된 기성 종교에 대한 반대운동인 뉴에이지운동, 19세기 후반 시작된 기독교 지혜론 운동(소피아주의), 아프리카의 현자철학,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최근의 지혜 연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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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우 독특한 책이다. 추상적이고 단순한 소재인 지혜에 대해,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일종의 종합 백과 사전같은 느낌도 든다.

전반적으로 단순히 지혜라는 주제에 관한 연대기적인 서술이 아니라, 지혜가 역사적으로 나타난 여러 가지 모습들을 다양한 문화사회적인 측면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분석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문화인류학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와 지역과 문화를 뛰어 넘어 인간 사회에 전해지는 지혜의 형태(문학, 문서, 종교, 관습 등)과 역할(조언, 미래 예측, 기적, 만능 등)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양상들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지혜에 이르는 길을 깨닫고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후대에게 남기는 것도 모두, 결국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혜의 참 맛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 본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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