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 기후의 역사와 인류의 생존
벤저민 리버만.엘리자베스 고든 지음, 은종환 옮김 / 진성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지구의 기후 변화와 인류 역사의 발전과의 상관 관계를 함께 고려하여 기술한 역사적 기술학 분야의 책이다.

(참고로, 인류 역사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하나의 요소 중에 기후 변화를 고려하여 연구하는 분야를 역사적 기후학(historical climatology)라고 하며, 역사학 분야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지구 과학적 기후의 역사 순서에 맞추어 전개되는 인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영장류 조상의 활동이 시작되는 수 천만년 전의 아프리카 대지구대의 형성부터 20세기 이후 세계화를 통해 보편화된 산업화와 인구증가로 인한 탄소증가 현상까지의 내용과 기후 변화와 인간 사회의 상호 영향 관계를 살펴보고, 기후변화 이론에 대한 논란을 소개한다: 기후와 인류의 생존; 농업의 시작; 기후 변화, 문명의 부흥과 몰락; 중세시대의 기후와 생활; 소빙하기; 산업화 시대의 기후변화; 이미 시작된 미래; 기후변화에 대한 논란.

먼저, 저자는 현생인류의 탄생 시점까지 일어난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는 지구의 여러 가지 운동과 주기적 현상들에 대해 설명하고, 기후 변화에 맞게 적응하는 아프리카 조상 인류의 진화론적 변화와 도구의 사용에 대해 기술한다.

빙하기 이후 온난화에 의해 수렵 생활에서 정착과 농업을 시작하게 되며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의 인류의 복합 사회와 문명의 발생과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기후변화가 문명의 부흥과 몰락에 관여했다는 입장을 저자는 견지하며, 특히 후기 청동기 시대에 갑자기 사라진 고대 문명의 몰락 원인으로 급격한 기후 변화를 지목한다: 예를 들면, bc 4,000년 전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유적, bc 3,000년 전 고대 이집트 왕국의 유적, ad200년 이후 기후 한랭화로 인한 게르만족의 로마 침공, 비슷한 시기 중국 북부 지방의 건조화로 인한 흉노족의 한나라 멸망.

중세 시대 이후의 기후 변동은 인류들의 이동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따뜻해진 유럽의 여러 민족(앵글로 색슨, 롬바르디아, 바이킹, 프랑크)들의 이동과 경작지 확대; 중앙아시아의 건조화와 한파에 의한 유목민(셀주크 투르크)의 이동; 아시아에서 통일제국 당나라와 송나라의 붕괴를 야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몬순의 남하로 인한 북방 유목민족(투르크, 몽골)의 이동; 동남아시아 몬순의 팽창에 의한 농업과 불교 집단 사회의 국가로의 탄생; 아메리카의 강수량 변화로 발생한 홍수와 가뭄에 영향 받은 마야 문명과 차코 캐니언.

유럽 지역의 빙하가 확대되는 시기인 소빙하기의 여파가 전세계적으로 시차를 두고 불연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역사적 근거로 들고 있다: 그린란드의 노르드인과 이누이트족; 유럽 13세기 중반의 가뭄과 흉년, 14세기 중반 흑사병의 유행; 동남아시아의 15세기 초반의 몬순 약화로 인한 가뭄으로 앙코르 와트의 폐허화, 14세기 중반의 가뭄과 홍수로 인한 동아시아의 원과 명의 교체; 17세기 유럽의 30년 전쟁 시기의 가뭄과 전염병, 18세기 유럽의 가뭄과 천연두, 17세기 말의 스코틀랜드 가뭄과 기근; 17세기 가뭄과 기근에 의한 명과 청의 교체; 18세기초 아메리카의 기근.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증가된 인구 증가와 식량 증대와 보급, 에너지 소비 증가는 20세기의 온실효과를 만들어 탄소배출과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세계화와 도시화는 탄소 과다 배출로 환경 오염과 기후 불안정에 이르게 된다.

21세기 들어 새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기후 현상들과 인류 사회의 대응도 소개한다: 극지방의 온난화; 빙하의 축소로 인한 산악지대의 산사태 발생 가능성의 증가; 온대 지방의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 열대 지방의 가뭄과 건조화; 해수면과 해안선의 상승; 해양 온도의 증가와 오염으로 인한 해양생태계의 변화. 이런 기후 변화에 대한 인간 사회의 양상은 크게 보면 2가지로 나타난다: 각국의 규제나 국가 단위의 협력, 반대로 갈등과 분쟁.

마지막으로, 21세기 들어 생겨나기 시작한 기후 변화에 대한 논란들을 소개한다: 기후 변화가 인간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전세계적으로 인정하는 현실; 불확실한 기후 전망을 둘러싸고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는 국가나 사회 단위의 저항, 미성숙한 대체 에너지 기술과 기후 경제 메커니즘에 대한 불안.

-----------------------------------------------------------------------

이 책은 흥미로운 주제이면서도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 지리, 지구과학, 경제, 문화/인류 등의 내용이 섞여 있다.

인류 역사에서 등장하게 되는 주요한 사건들의 동인(動因)을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과 거주지() 문제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접근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역사학 관점에서 억지스럽게 보일 수 있는 소지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게르만의 로마 침공이나 흉노족의 한나라 침공이 마치 가뭄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쳐들어 온 것처럼 기술하고 있는데, 실제 역사서와는 간격이 매우 크다: 로마제국의 군대가 해산되고 군 병력의 대부분이 게르만족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벌어진 게르만족 로마군 주도의 쿠데타 성격이 강하고, 한나라의 멸망은 유목민족의 잦은 침략이 아닌 부패한 환관 정치의 타락으로 인한 지방 군벌 세력들의 패권다툼으로 인한 멸망이 주된 원인이다.

결정적으로, 가뭄이 발생했다는 과학적인 사실이 실제 인간이 저지르게 되는 행위의 가능한 원인 중의 하나 일뿐 직접적인 필수 요소는 될 수 없다는 비인과적 관계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하는 기후에 대한 과거의 추정과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어쩔 수 없이 통계학적 오류를 포함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또 한가지, 청동기 이후 시기부터는 현재까지의 지구의 모습이 큰 차이가 없으나, 현생인류 출현이전의 원시 대륙에 대한 지도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예를 들면, 35천년 전에 동아시아로의 인류 이동이 한반도가 아닌 일본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이해하려면, 당시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가 바다가 아닌 육지로 이어져 분리되지 않고 근접한 상태이고, 일본 열도의 오른쪽이 해안가이기 때문에, 배를 이용해 근접 해안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사전 지식이나 그림 한 장 없이, 오로지 텍스트로만 설명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