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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ㅣ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평점 :
이 소설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와타세 경부 시리즈’의 2번째
작품으로서 중대 살인범의 가족만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마를 통해 사형제도의 사회적 문제를 그린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2013년 여름 일본 수도권 사이타마 현에서 묘한 살인 사건 하나가 발생하여 관할 현경의 와타세 경부가 담당하게
된다. 사건 현장의 벽에 ‘네메시스’라는 글자가 적혀져 있었고 피해자는 65세 여성으로 잔혹한 살인범의
모친이라는 사실 외에 살인 용의자의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른바 ‘복수’라는 의미를 가진 메시지에 근거해서, 와타세 경부는 피해자 아들의
살인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당시 살인 사건 재판의 담당 판사, 검사, 변호사, 피해자 가족)을
만나 보지만,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로부터 한달 후, 지바
현에서 똑같이 ‘네메시스’글자가 발견되는 살인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다. 이번에도 피해자는 조모와 손녀 살인 사건의 살인범의 아버지이고, 또 한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앞서 사이타마 현 사건과 마찬가지로, 잔혹 살인범이 모두 현재 무기징역수로 감옥에서 복역 중이며, 둘
다 같은 판사에 의해 판결을 받았다는 점이다: 사부사와 에이치로 판사.
공교롭게도, 사부사와 판사는 유괴범에 의해 손녀딸을 잃은 사건을 겪은 후부터, ‘사형’ 대신에 가급적 ‘무기징역’의 형벌을 선고하게 된다.
‘네메시스’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공적 살인’의 의미로서 연쇄 살인이 자행되는 행태를 일본 사법부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 검찰청은 마사키 검사를 파견하여 수사할 것을 지시한다. 경시청에서도 합동 수사
본부를 차지지만 좀처럼 수사의 진척은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네메시스’ 연쇄 살인에 대한 기사가 사이타마 신문사에 의해 보도가 되면서 점점 수사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다.
한편, 와타세
경부는 세 번째 살인 사건도 발생 가능할 것으로 보고, 다음 피해자를 미리 예측하여 함정 수사를 펼치게
된다. 예상 피해자는 4년전 잔혹 살인범의 가족 모녀. 마침내 와타세 경부는 이들 모녀로부터 수사 협조를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과연 와타세 경부는 네메시스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윽고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전말은 충격적이다.
요즘 사회 뉴스 면에 잔악한 살인 사건 기사들이 자주 등장하는
걸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쉽게 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와 교훈이 한국 사회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잔혹 범죄자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용서한다면, 어떻게 잔혹범죄자를 용서할 것인가? 또한, 잔혹범의 가족은 어떤 대우를 받는 것이 합당한가? 우리는 피해자 가족을 어떤 식으로 대하고 있는가?
이른바 ‘사형제도
존폐설’에 대한 논란을 주제로, 이 소설은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존치와 폐지 주장에 관한 장점과 단점을 모두 열거하고,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인 작용과 부작용, 그리고 잔혹 범죄 사건들의 사례들을 통해 고착화된 사회적 관습의 부조리한
모습을 조명한다.
특히, 일반 일본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법의 ‘인권’ 관념과 ‘가타키우치’같은 일본 전통적인 윤리 의식 사이의 괴리가 실제로 일본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모순되는 모습을 작가는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잔혹 살인범 가해자의
가족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는 한편, 피해자의 가족은 사회적 이목을 피해 거주지와 직장을
옮겨 가며 신분을 숨긴 채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살게 되는 이른바 ‘삶의 역전’ 현상을 지적한다.
‘사형제도’라는 무거운 주제를 상세한 취재를 통해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수준이 다른 작품이다. 비슷한 세대의 미야베
마유키와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지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