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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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의 경제 사상가 쇼스타인 베블런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당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던 자본주의에 부정적 행태 중에 소위 유한계급의 특성과 역할, 기원과 발달에 관해 사회학적, 경제학적,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저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총 14개 장(chapter)에 걸쳐 인류 문화사와 사회와 경제 제도의 변천에 따라 유한 계급의 행태의 특성과 기본적 사상, 사회적 역할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유한계급(leisure class)’은 일체의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소유한 재산으로만 소비하는 사회 계층을 말하고 주로 상위 사회 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문화적 발전 단계에서 보면 약탈과 소유가 시작되는 야만적 문화 사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저자가 정의하는 인류 문화 사회의 발전 단계는 4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원시 평화 문화 사회; 야만적 약탈 문화 사회; 야만적 유사 평화 문화 사회; 현대 산업 문화 사회.

유한계급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인류 문화 사회 발달 역사를 통해 살펴 보면, 재화에 관한 소유권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으로부터 시작되어, 약탈적 야만 문화 시기에는 폭력적인 약탈에 의해, 유사 평화 야만 문화 시대에는 속이는 기만에 의해, 현대 산업 사회에서는 경제 활동에 의한 부의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경쟁과시를 유한 계급의 대표적인 행태적 특징으로 묘사하고 있다: ‘약탈적인 요소가 없는 순수하게 생산과 관련된 일상적인 일과 노동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경멸하며, 자신이 일상의 노동에서 해방된 경제적 부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과도한 소비를 하고 직접적/간접적인 여가 활동을 즐기며 예의범절과 매너를 중요시 한다. 또한 부의 축적을 위한 금전적 경쟁을 멈추지 않고 문화나 예술 같은 비실용적 소비활동을 명예롭게 여기며, 예배당 건물과 관련 물품이나 장식 같은 종교 활동에도 그리고 원시적 용맹과 투쟁이 허용되며 유일하게 일솜씨가 중요한 가치로 평가 받는 스포츠 활동에 탐닉하기도 하고, 애니미즘적인 원시 종교 형태의 잔재인 행운을 신봉하기도 한다.

유한계급이 보여주는 개인의 과시적 소비 행태의 분야는 다양하게 소개된다: 일상 생활의 실용품이나 기호품, 의상, 가구, 저택, 정원, 공원, 반려 동물, 책 제작 등.

또한, 유한 계급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으로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일체의 사회적 변화를 반대하는 이른바 보수주의의 원천이 되며, 사회적으로 보수세력을 조장한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현대 산업 사회에서 유한계급이 작용하는 역할을 여성 운동과 미국의 대학 교육 분야에서 찾아보고 있다: 당시 여성 해방 운동의 목표가 신분제 상의 여성 지위와 가사 노동에서의 해방이라는 신여성 운동과 유한계급이 주장하는 보다 많은 혜택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 당시 미국 대학의 교육 과정이 보수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인문학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회와 경제에 실용적이고 유용한 산업 기술 관련 분야를 등한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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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집필될 당시가 1900년대 초반인데도, 책 속에 묘사된 사회적 양상들이 약 100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 전혀 이질감을 못 느낄 정도로 똑같다는 점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사회적, 문화적, 인류학적, 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유한계급에 속하는 개인과 사회 계층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행동의 특징들을 살펴본 것 만으로도, 이른바 경제적 귀족계층에 대한 개념이 문화사회학적으로 없었던 한국 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저자도 서문에 밝혔듯이, 구체적인 참고 문헌 없이 저자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에 기초한 서술방식이라 다소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소위 재벌들의 행태와 관심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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