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실록 - 실제 기록으로 읽는 구한말 역사
황인희 지음 / 유아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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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시대의 마지막 2명의 왕(고종, 순종)의 실록을 요약하여 기술한 책이다.

저자도 책 머리에서 밝혔듯이, 이 두 왕의 실록은 [조선 왕조 실록] 사료 안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유는 작성 시기와 편찬자가 일제 강점기 시기에 일본인들의 주도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 민족의 독자성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국사편찬 위원회의 설명을 싣고 있다. 그래서, 두 왕의 실록을 따로 떼어 엮어서 [대한 제국 실록]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책의 구성은, 고종과 순종 실록의 사료에서 핵심적인 주요 기사들을 요약 정리하여 기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1863년 철종의 죽음에 이은 고종의 즉위부터 시작하여 1926년 순종의 죽음과 1928년 종묘에 신주 안치까지 대략 60여 년간의 조선과 대한 제국을 거쳐 일본 식민지에 이르는 한국 근대사의 현장을 숨가쁘게 달려간다:

-       아무것도 모르는 12살 나이에 왕위에 오른 고종이 대왕대비 신정왕후의 수렴청정과 아비 대원군의 섭정을 거쳐 22살이 되어 친정을 하게 되는 1873년까지 조선의 왕권은 조정 대신과 유림 세력들과의 대립으로 올바른 정치를 펼치지 못하게 된다: 서양 외국과의 일체 교류를 금지하고 탄압하며 당백전 발행과 원납전의 시행으로 조선 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되고, 서원 철폐령으로 유림세력의 반발을 사게 된다.  

-       22살 고종의 친정 이후부터 조선의 운명을 고난과 시련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1875년 운요호 사건으로 인해 순진하게 당한 1876년 제물포 조약을 시작으로, 1882년 조미조약과 임오군란, 1883년 조영수호조약, 조독수호조약, 1884년 갑신정변과 한성조약, 조이탈리아조약, 조러조약, 1886년 조프랑스조약, 1893~94년 동학 민란, 1894년 갑오경장, 1894~1895년 청일전쟁과 을미사변, 1896년 아관파천, 1897년 대한제국 수립과 황제 즉위, 1901년 한벨기에 수호조약, 한덴마크 수호조약, 1904년 러일전쟁과 한일협정서, 1905년 한일협상조약(을사늑약), 1906년 조선통감부 설치, 1907년 순종에게 양위.

-       190733살에 왕위를 물려받은 순종 황제는 19108월까지 재위 기간 4년에 불과했다: 1907년 고종이 벌인 헤이그 밀사 사건의 처리, 한일신협약, 1908년 동양척식주식회사, 1909년 간도협약, 이토 히로부미 암살, 1910년 한일합병조약과 한국통치권의 양도.

-       순종황제 부록으로 조선의 이왕가 칙령과 조선 귀족령, 고종과 순종의 죽음, 영친왕과 덕혜옹주의 결혼에 대해 실려 있다.

 

전반적으로 두 왕조 실록의 기사 내용들을 충실하게 요약 정리하여 기술하였고, 조선 궁중에서 사용되는 특수 용어나 단어에 대해 해설을 같이 싣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용어 설명이 그래도 부족하다는 것과 지명과 지리에 대해 현대식 지명을 함께 수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실록 사료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다 보니, 간혹 문장의 주체와 대상의 구분이 명확하게 기술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조선 왕실의 전통적인 행사와 관련된 의례나 의상에 대한 묘사는 매우 생생해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부분이 있다:

-       개화 이전에 수많은 서양 상선들이 순수한 목적으로 조선에 찾아와 소위 물물교환형태의 원시적인 통상 무역을 하자고 했던 1876년 이전까지의 자가 개방과 개혁천금 같은 기회를 양이척사라는 야만적 탄압으로 놓쳐 버린 안타깝던 시기.

-       1868년 조선과 통상 수호 조약과 메이지 유신을 단행했다는 소식을 순수하게 조선에 전해주려 했던 일본 정부 사신의 서계를 동래부 왜관훈이 거부하여 화를 키워서, 1876년 순진하게 불평등조약을 당했던 답답한 순간.

-       1905년 한일협상조약 체결로 인해 벌어지는 답답한 논의와 연이은 애국지사들의 자결에서 전해지는 당시의 울분들.

 

답답하고 암울하지만 우리 선조가 남긴 역사의 한 부분으로, 후세인 우리로서는 어쨌든 간직해야 하며, 반드시 각성하고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어쨌든, 실록이 주는 묘한 매력이 확실히 있다: 왕과 신하 사이에 주고 받는 이야기 속에서, 확실히 역사의 현장에서 전해 듣는 뉴스처럼 생생하게 전달되는 당시의 분위기와 치열하게 느껴지는 대립과 감정이 책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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